[김현아] 제3의 고난의 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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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은 집권 10년을 맞으며 지도자의 업적 선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업적으로 핵개발, 경제 활성화,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의 평가는 다릅니다. 주민들은 오늘 상황이 너무 어려워 ‘제3차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고난의 행군은 항일무장투쟁시기에 겪은 일입니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1938년의 고난의 행군은 항일유격대에 대한 일제의 토벌로 인해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굶주림, 계속되는 일제의 추격 속에서 진행된 가장 어려운 행군이었습니다. 그 때 항일유격대는 우리 민족을 일제식민지 통치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이러한 고난을 이겨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에서는 해방된 지 반세기가 넘은 1990년대에 다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국주의도 아닌 조선노동당이 정치하는 국가에서, 전쟁도 아닌 평시에 수십만 명의 주민이 굶주림과 병마로 사망했습니다. 북한당국은 그 원인을 자신들의 정책적 실패가 아니라 제국주의자들과 사회주의 배신자들의 책동에서 찾았습니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보다는 약했지만 주민들은 2009년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의 시기를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은 당과 국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뻔한 사태 앞에서 숨을 수 없었던 지도부는 당시 중앙당 재정 부장이었던 박남기를 희생양으로 처형하고 평양시 인민반장들 앞에서 공식 사죄했습니다.

오늘 북한은 제 3의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물론이고ㅓ 다른 병에 걸려도 약품과 의료장비가 부족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습니다. 식료품과 생필품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주민들이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침체되어 주민들의 수입은 급속히 감소했습니다. 주민들은 연료 가격이 올라 이 추운 겨울을 떨면서 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늘 그랬던 것처럼 외부에서 찾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비상방역, 혹심한 자연피해를 오늘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경제상황이 악화된 직접적 원인은 북한당국의 무모한 국경 봉쇄정책에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방도로 강력한 자체 국경봉쇄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사람의 이동은 물론, 상품 수입을 완전히 중지하다 보니 수입에 의존하던 식료품과 생필품의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밀가루, 식용유(콩기름), 맛내기(MSG), 설탕(사탕가루) 값이 5~10배 올랐습니다. 또한 자재 설비 수입이 중단되어 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주민들의 소득이 급속히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코로나의 주되는 전파 경로는 공기이며 물건을 통한 전염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가 국경 봉쇄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이유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상황으로 인한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에 원인이 있습니다. 또한 북한체제가 경색되어 있고 최고지도부가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 백신, 코로나 치료약을 도입하여 코로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지만 북한만은 전면 봉쇄 방식에 의한 방어 정책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초래되는 경제적 난관은 자력자강으로 극복하라고 내려 먹이고 있습니다.

결국 2021년에 들어와 세계경제가 상당히 회복되었지만 북한의 경제상황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가 이러한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것은 한편 이번 상황을 주민들에 대한 통제 체제의 회복, 국가경제 복귀의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북한지도부가 바뀌지 않는 한 북한에서 제 4, 제 5의 고난의 행군은 계속 될 것임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