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불과 3시간 만에 국회에서는 계엄령 무효를 결의했습니다. 국회의 투표 결과 계엄령은 철회되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여 계엄령을 해제했습니다. 그 직후 국회는 명분 없는 계엄령 선포를 이유로 대통령 탄핵을 논의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찬성하지 않아 대통령 탄핵안은 부결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2월 6일부터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 국제사회는 남한 정국의 흐름에 주목하며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남한의 정치적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던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해 며칠째 침묵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규정한 이후 대북 삐라(전단) 문제를 제외하고는 남한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말부터는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남한 각계각층의 동향을 주목하며 비판적으로 보도해왔던 터라, 이번 계엄령 사태에 대한 침묵은 의아한 반응을 낳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북한은 탄핵 논의가 시작된 11월부터 탄핵이 최종 결정된 4월까지 탄핵 사태를 꾸준히 보도하며 남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북한은 엿새가 지나도록 아무런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계엄령 발표 30분 뒤인 12월 3일 밤, 군 고위 간부들을 총참모부로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고, 4일 새벽 전군에 비상작전지휘태세 전환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한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은 즉각 경계 태세를 점검했으며, 당 고위 간부들 역시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접했으나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해집니다.
남한 언론들은 북한이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보도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남한 정권의 불안정을 강조하려는 북한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남한의 민주주의적 요소, 즉 계엄령 무효화나 국회의 탄핵 논의 등은 북한 내부에 민주주의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과거에도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반정부 시위를 보면서 시위 자체보다는 화면에 비친 남한의 발전된 도시 모습과 주민들의 생활수준에 주목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서는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조차 바꿀 수 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2020년대 들어 남한 관련 소식을 전면 차단하는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남한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를 재개했는데, 이번 계엄령 사태를 보도하는 데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남한의 정치적 혼란을 북한 내부 선전에 활용하려는 의도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긍정적 관심을 억제하려는 딜레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계엄령 사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국경 지역에서는 이미 남한 정국과 관련된 소문이 전파되었으며, 이는 곧 북한 전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한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와 별개로, 북한 당국은 남한의 계엄령 철회와 국회의 개입이 북한 주민들에게 민주주의적 이상을 심어줄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북한 당국의 보도 자제는 남한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북한 내부 주민 통제의 어려움에서 기인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정보 차단을 뚫고 남한의 현실을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한 체제의 선전 방식은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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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