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끊임없는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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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회장

북한 주민들은 지난 74년동안 계속해서 '전투'를 하며 김씨 일가 정권을 유지해 왔습니다. 1950년6월25일 한국을 침략으로 인민군 수백만 명이 희생되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에는 북한 주민 6십만 여명에서 3백만 여명까지 사망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강성대국,' '병진 노선'을 이루기 위해 '천리마 운동', '만리마 운동', '100일 전투'나 '150일 전투'와 같은 동원에 강제로 참여하면서 김씨 일가 정권 하에서 몇세대 걸쳐 노예생활을 해왔습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러한 동원은 분명 노예노동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계속해서 '전투'를 하며 노예처럼 살고 김씨 일가와 노동당 고위간부들은 귀족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제 ‘전투’ 중 겨울에 벌어지는 ‘퇴비전투’는 가장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북한은 연초마다 당국 지시하에 공장, 기업소, 인민반 별로 할당되는 ‘분토생산과제’를 해야 합니다. ‘분토생산과제’는 현실적으로 화학비료가 턱없이 부족한 북한이 수확량을 늘이기 위해 퇴비 생산을 개인들에게 부과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퇴비는 인분과 가축의 배설물, 잿가루, 흑, 풀, 짚 등을 섞어 만든 거름을 말합니다.

따라서 1월부터 일반 북한주민이라면 분담된 1톤의 ‘분토생산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퇴비전투’ 라는 구호 아래 인민반, 공장, 기업소, 학교 단위로 퇴비를 바쳐야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집집마다 있는 변소(화장실)에서 모은 인분과 가정에서 나오는 석탄 잿가루를 섞어 퇴비를 만듭니다. 퇴비를 만든 후 바께쓰, 구루마, 달구지 등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직접 실어 집결장소로 가져 갑니다. 퇴비를 옮길 때에는 개인별로 하는 것은 허락 되지 않으며, 단체로 움직여야 합니다. 퇴비를 바친 후 관리자로부터 확인증을 받습니다. 관리자로부터 받은 확인증은 다시 각 소속 관리자들에게 제출되며 최종 할당 과제는 끝이 납니다.

문제는 늘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서 한 가족당 1톤 이상의 인분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당국 통제에 의해 식량과 다른 생활필수품이 너무나 부족한 ‘코로나’ 시기에 북한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1톤 만큼의 배급도 안주고 먹은 것도 없는데 어디서 인분 생산을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러나 불만을 나타내어도 당에서 받은 과제는 무조건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퇴비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남의 집 변소에서 인분을 훔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사람이나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3세대 걸쳐 지도자를 잘 못 만난 북한주민들의 서러움을 보여주는 사례 중 일부일 뿐입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에게 배고픈 고통을 주는 것도 모자라 주민들로부터 퇴비전투에 강제로 동원 시킵니다.


'퇴비전투'라는 구호아래 인분까지 훔치는 일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북한의 경제가 몰락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 화학비료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최대 비료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가 있습니다. 흥남비료연합기업소는 일제가 대규모 질소비료 공장을 함경남도 흥남에 건설하면서 해방 이후 한국의 최대 비료공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 전역에 공급할 화학비료 생산량을 맞추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로씨야, 중국이나 동구라파 나라들은 더이상 북한에 비료를 무료로 지원하는 것이 중단되었습니다. 북한의 농작물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으로 만든 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의 야채와 과일은 특히 더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합니다. 잘 씻지 않은 채소를 먹을 경우 기생충에 쉽게 감염이 되고 사람 몸에 회충이 자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구충제를 장기적으로 먹어야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로는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5년전 목숨 걸고 총을 맞으며 한국으로 탈출한 인민군 오청성 씨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북한주민들 몸에는 회충이 많이 있다는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살 빼는 일은 사치입니다. 어쩌면 하루 세끼 잘 먹는 것이 그들에게는 행복한 일상일 것입니다. 김씨 일가 정권은 북한주민들에게 인간의 기본 욕구인 식욕을 채워주지 못하며 인분을 바치라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김정일 정권에 이어 김정은 정권까지 정권 찬양과 유지를 위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씨 일가 생존을 위한 핵무기와 미사일은 21세기 선진의 무기입니다. 하지만 배고프고 건강이 안좋은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퇴비전투’에 참여하면서 16세기 조선시대 같은 노예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21세기 국제 사회에 합류하려면 먼저 이 모순을 극복해야 합니다.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