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3년 1월, 유명한 로므니아(루마니아) 영화 감독 세르주 니콜라에스쿠 (Sergiu Nicolaescu)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50년 감독 생활 동안 60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공산주의 시대의 한정된 예산으로 로므니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액션 영화를 흥미롭게 만들곤 했습니다. ‘깨끗한 손으로’라는 영화에서는 주인공 ‘몰도반’ 형사 역할을 직접 맡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제2차 대전 직전의 로므니아이며 주인공이 로므니아의 나치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 내용이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 이야기는 북한 인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나이 40대 이상의 북한 주민이라면 ‘깨끗한 손으로’ (‘Cu Mâinile Curate)’, ‘형사는 고발한다’ (‘Un Comisar Acuză’), ‘다찌아 사람들’ (‘Dacii’)이라는 로무니아 영화를 잘 알수도 있을 겁니다. 로므니아와 북한 영화, 영화 배우, 영화 감독은 서로 존경하고 감탄하는 역사와 인연이 아주 깊습니다.
냉전 시대에 북한과 가장 비슷했던 동유럽 나라는 로므니아였습니다. 로므니아 주민들이 1989년 12월 반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라는 독재자와 그의 아내 엘레나는 처형을 당하고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졌습니다. 약 1970년대말부터 1989년까지 공산주의 시대 독재 체제 하에 살던 루마니아 주민들은 언론 검열 때문에 미국이나 서구라파 영화, TV방송을 시청하지 못했습니다.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 하에서는 전기를 아껴 쓰기 위해 하루 2시간밖에 방송되지 않던 TV중앙방송국이 독재자와 그의 아내를 숭배하는 독주회, 연주회와 음악회만 반복 방송했고, 미국이나 서유럽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를 보더라도 1939년 제작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나 ‘가스라이트’ (‘Gaslight’)와 같은 오래된 미국 영화만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만든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 당시 저도 북한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꽃파는 처녀,’ ‘이름 없는 영웅들’과 ‘명령 027호’와 같은 영화는 로므니아 사람들이 공산주의 시대 때 많이 봤던 북한 영화입니다.
‘꽃파는 처녀’와 같은 영화의 내용은 북한 공산주의의 선전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 당시 많은 로므니아 사람들은 독재자를 위한 방송을 보는 것보다 외국에서 만든 영화를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모든 북한 영화가 공산주의 선전을 위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배우들은 뛰어난 재능이 있고 영화 또한 작품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들에 따르면, 요즘 Micro SD카드나 다른 수단으로 밀수입된 미국 액션 영화가 북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코로나 예방 명목으로 북한 당국은 바깥세계의 정보를 접촉하려는 북한 인민들, 특히 그러한 정보를 직접 유입시키려는 북한 주민들을 탄압하고 처벌하고 구속시키고 처형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젊은이들에게 ‘007’이나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과 같은 미국 영화는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냉전 시대때는 미국이나 서구라파의 영화 시청이 어려웠기 때문에 같은 공산권 동맹국이던 로므니아 영화는 북한에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특히 10년전 세상을 떠난 세르쥬 니콜라에스쿠 로므니아 감독의 ‘깨끗한 손으로’ ‘형사는 고발한다’와 프랑스와 공동제작하여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개봉된 ‘다치아 사람들’과 같은 액션 영화를 많이 즐겼습니다.
1989년 루마니아의 반공산주의 혁명 때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린 혁명지도자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처럼 ‘깨끗한 손으로’ 공산주의 독재에 의한 부정부패, 정치탄압과 인권유린을 무너뜨렸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은 부활한 루마니아 국회에서 1992년부터 사회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생활을 하면서 1990년대 영화감독 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니콜라에스쿠 감독의 2005년 제작한 ‘15’라는 영화는 일반 주민의 관점에서 본 로므니아 반공산주의 혁명을 바탕으로 합니다.
니콜라에스쿠의 영화를 재미있게 보던 북한 시청자들은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후 최근까지 그가 펼친 감독생활과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로므니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깨끗한 손으로’와 같은 니콜라에스쿠의 영화가 북한에서 인기가 좋았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오래 남을 반공산주의 혁명과 공산주의 독재체제 와해에 관한 그의 영화를 언젠가 북한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