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4일 미국 유수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이 '인신매매와 그 방지 방안'이라는 주제로 화상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인신매매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인신매매에 직접 관여하는 북한 정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20 인신매매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최하위인 3등급으로 분류됐고 18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꼽혔습니다.
존 리치먼드 국무부 인신매매 감시 및 방지담당 대사는 당시 토론회 기조연설에 나서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정책이 있거나 그런 행태를 보이는 10개국에 북한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리치먼드 대사는 "북한이 자국민들을 외국에서 노동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주민들,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 내에서, 또 해외에서 착취를 당해 왔다는 것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스스로의 생존'이라는 전략적으로 가장 우선 순위의 목표를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는 정권입니다. 김씨 일가 정권은 생존을 위해 자국민들을 국내외에서 지난 몇십년 동안 착취하고 억압해 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을 '노동자의 지상낙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계속 유린돼 왔습니다. 북한에는 실제 결사의 자유가 없고 단체 교섭, 파업권, 근로조건, 즉 안전과 보건 기준, 적정 수준의 임금과 근로 시간 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김일성 집권 시기에 '천리마운동', 김정은 정권 들어서 최근 '80일 전투', '만리마운동,' '100일 전투'나 '150일 전투'와 같은 대중동원 운동은 노예노동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국내에서도 착취를 당하지만 해외로 파견되어 그곳에서도 착취를 당합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10만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약 40개국에 파견돼 임금을 착취 당했고 그들의 근로 조건은 강제노동과 비슷할 정도로 열악했습니다. 최근 유엔 안보리 제재와 코로나19에 의해 북한 해외 파견노동자수는 어느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면서 취업 비자가 아닌 다른 비자로 북한 노동자들을 계속 받아들이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로씨야 (러시아)의 경우, 공식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 비자와 관광 비자를 발급했습니다. 그 기간 내 북한 주민3,000여명이나 로씨야 관광비자를 받았으며 로씨야 학생비자를 받은 북한 주민들이 1,975명이나 됩니다. 그 기간 내 로씨야 취업 비자를 받은 북한 주민들도 753명이나 됩니다.
북한의 해외 파견노동자들은 로씨야 극동 지방 벌목공으로, 또 건설 산업, 섬유나 신발 산업에 종사했습니다. 또 식당 종업원으로도 일하면서 일부 능력을 인정받고 열심히 일해 혜택을 받기도 했지만 무척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해외 생활을 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직장의 근로 조건, 안전과 보건 환경도 그리 좋진 않습니다. 그들은 북한에 있을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지만,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게 버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임금을 북한 당국이 착취하기 때문입니다.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해외로 나가서 일하는 것은 오래 전 시작됐습니다. 한국 노동자들도 특히 1970년대 중동지역에 많이 파견됐습니다. 그들이 열심히 일해 번 돈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졌고, 그 돈으로 집을 사고 은행에 저축을 하기도 해 본인들도 번영했고, 또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의 건설 산업은 아직까지도 중동에서 활발하지만, 이제는 주로 경영을 맡으며, 노동은 제3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고 있습니다. 옛날에 한국 노동자들이 해외로 나가 일했지만, 요즘에는 거꾸로 수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세계 12위 경제 강대국인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습니다.
동구라파 노동자들도 공산주의 독재시대 때부터 해외로 파견되곤 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로므니아(루마니아)에서 소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 아버지가 중동 노동자로 파견된 학교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중동으로 나가려면 공산주의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해외에서 일하면서도 망명을 의심하는 비밀경찰 감독관의 심한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벌어들인 임금도 요즘의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처럼 로므니아 공산주의 독재 당국에 의해 착취됐고 그들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해외에 있으면서 제2의 직장을 얻어 돈을 벌곤 했습니다. 공산당 비밀경찰에 적발되지 않도록 감독관에게 뇌물을 주기도 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시대 때 해외로 파견된 로므니아 노동자들의 노력은 그들과 그 가족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켰지만, 국가경제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안됐습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 독재 정부는 그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착취해 경제적 의미가 전혀 없는 독재자 숭배를 위한 커다란 건물, 넓은 광장이나 큰 도로를 건설하는데 낭비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로므니아 사람들이 해외에서 일을 하지만 상황은 과거 공산주의 독재시대와는 전혀 다릅니다. 열심히 일해 수십억 유로를 로므니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또 로므니아에 투자해 집을 짓거나 농장을 사거나 중소기업을 설립합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일하고, 세금을 낸 후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들의 돈을 알아서 챙기고 투자하기 때문에, 그들의 기여는 로므니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개발도상국의 해외 파견 근로자들은 국가나 가족의 입장에서 봤을 때 영웅입니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착취 당하는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김씨 일가의 노예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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