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에서 빈부 격차를 상징하는 커피

0:00 / 0:00

지난주까지 워싱턴DC를 포함한 미국 동부지역은 매우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뒷머리가 차가워질 정도로 매서웠습니다. 거리에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움츠러지게 차가운 날씨에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커피가게로부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쉽지는 않습니다. 바쁜 출근 길이지만 잠깐 들려 따뜻한 커피한잔을 들고 출근을 하는 것은 현대인에게는 일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커피한잔의 여유,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까지 자본주의사회에서나 마시는 음료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리나 김정은 체제 이후 부유층과 간부들 사이에서는 자본주의 음료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커피를 처음 마셔본 북한 주민들은 태운 "까마치물" 맛 이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여기서 "까마치물"이란 한국의 "숭늉"을 뜻하는 것이고, 숭늉은 누룽지를 끓인 물입니다. 북한에서는 누룽지를 "까마치"라고 부르기 때문에 태운 "까마치물"맛 이라고 표현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처음은 신기하고 이상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것에 빠져들게 되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북한의 부유층과 간부들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마시는 음료인 커피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중산층 주민들에게 한국제품이면 뭐든지 인기가 좋습니다. 커피 역시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을 통해 처음 들어간 한국산 커피믹스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과 김정은의 한국상품 통제에 의해 중국산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까마치물은 차가운 겨울 날 아침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식후에 마시던 뜨끈뜨끈한 음료였습니다. 이제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마시는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는 것이 북한사회가 얼마나 많이 변해가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문화는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해당이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부유층과 당 간부들이 많이 즐길 수 있는 음료인 것입니다. 자본주의 문화 유입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막아야 하는 당 간부들이 앞장을 서서 즐겨 마신다니 참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평범한 북한 주민들은 추운 겨울날씨에 따뜻한 까마치물을 마시기 위해 필요한 땔감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땔 감을 구하러 손발이 얼도록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당 간부들은 따뜻한 구들목에서 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수준의 삶을 살고 밖에서는 자본주의 유입을 단속하고 그 물건들을 회수해 자신들의 집에서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식량도 부족한 북한에서 부유층과 당 고위급 간부들은 커피를 즐겨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커피를 마시면 잘 사는 사람으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커피 하나로도 성분이 나눠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선전을 북한주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김정은은 공장과 기업소 등을 부지런히 시찰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자체의 힘으로 외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북한주민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애쓰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것이고, 국제사회에도 부지런히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 고위급 간부들은 커피 맛에 매료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연 핵무기에 모든 정력을 쏟고 있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정작 아래에 있는 당간부들은 자본주의 상징인 커피 하나로 성분이 나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북한 바깥세계에서 기본적인 식료품인, 모든 사람들이 맛볼수 있는 거피, 후기 공산주의, 후기 산업사회 왕조적 정치를 추진하고 있는 북한에서 커피는 당 간부와 일반 주민들 사이 빈부 격차를 상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