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 중 북한 비핵화를 위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제2의 정상회담이 오는 2월 27일과 28일 윁남 (베트남)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윁남은 1986년부터 경제 개혁을 시작해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 나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북한은 권력세습을 바탕으로 하는 1인 독재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에서 2월 셋째 월요일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대통령의 날입니다. 올해 미국 대통령의 날은 2월 18일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의 생일도 2월이었고, 19세기 일어났던 미국 남북전쟁 때의 미국 대통령이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생일도 2월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날을 계기로 워싱턴과 링컨 대통령을 비롯해 사실 모든 미국의 대통령과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2월이라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이 떠오를 겁니다. 북한에는 1948년 건국 이후 지난 71년 동안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렇게 지도자는 단 세 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건국 때부터 민주주의 국가가 된 미국은 처음 71년 동안 1789년부터 1860년까지 대통령이 15명이나 있었습니다. 또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까지 포함해 45명이나 됩니다. 북한은1976년 2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정식 공휴일로 정했고 1995년 2 월 53회 생일을 맞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면서 생일인 2월16일과 그 다음날인 17일을 휴일로 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2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날인 1994년7월8일과 2011년12월17일을 ‘국가 추모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하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생일과 사망한 날을 기념하면서 북한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격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2월만 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로 북한 전 지역에서 축하 행사가 열립니다. 김정일 위원장을 위해 보통 평양시 청년 학생들은 김일성 광장과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를 열고 어린이 단체인 조선소년단은 평양체육관에서 전국연합단체대회가 있습니다. 또 북한 각 기관과 주민들은 이날 아침 김정일 위원장의 석고상이나 초상화 앞에 김정일화 등을 바치고 충성을 맹세하며 기관별로 예술 공연과 체육 경기를 합니다. 북한 중앙TV방송과 다른 언론 매체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데 초첨을 맞춰 방송과 기사를 편성하며 다양한 행사 소식을 소개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독재자를 숭배하는 표현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를 직접 겪지 못한 사람들에게 독재자를 숭배하고 독재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온 국민의 대축제는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일 것입니다.
공산주의 시대 때 제가 태어난 로므니아 (루마니아)에서는 국민들이 인권 유린과 식량 부족으로 어렵게 살면서도 매년 로므니아 독재자 생일인 1월 26일은 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을 들여 북한의 “태양절 친선 예술축전”과 비슷한 생일축하 잔치를 대규모로 개최했습니다. 로므니아 곳곳에 강제로 모인 어린이, 청소년과 어른은 박수를 치며 독재자를 숭배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로므니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독재자를 숭배했지만, 사실 진심에서 우러나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어렵게 살던 로므니아 사람들은 공산주의 독재의 선전과 선동을 신뢰하진 않았습니다.
그 당시 독재자의 생일을 위한 대축제가 1년에 한 번씩 열릴 때마다 사실 로므니아 사람들은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1980년대 말 소련과 다른 동유럽 나라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로므니아에서만 유독 독재자를 스탈린 시대처럼 숭배해야 했기 때문에, 로므니아 사람들은 차우셰스쿠 대통령 독재 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향하는 변화는 분명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변화가 평화로운 방법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 여긴 로므니아 국민들은 30년 전인 1989년 반공산주의 유혈 혁명을 일으켰고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자유를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2월 16일 대통령의 날을 지내면서 정권을 잡은 한 명의 지도자를 숭배하기보다는 1789년 이후 국민이 뽑은 대통령 45명과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념합니다. 북한은 1인 독재로 계속 유지되면서 아직까지 최고 지도자들을 기념하는 것뿐입니다. 북한이 작년부터 미북, 남북, 중북 정상 외교에 참여하면서 국제 사회와의 접촉이 많아졌지만, 21세기 국제 사회에 제대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독재자 개인 숭배보다는 종합적인 경제, 사회, 정치 개혁이 시급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