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광명성절과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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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2월 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을 공식적으로 "광명성절" 이라고 부르며 북한의 공휴일이기도 합니다. "광명성" 이라고 부르게 된 계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날 당시 하늘에는 큰 별이 하나 떴고, 이 별을 가리켜 김일성과 함께 항일 혁명을 하던 빨치산 유격대원들이 "백두광명성" 이라고 칭송하면서 그 유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구소련 극동 지방 도시 하바로프스크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정권은 현실을 왜곡시켜 김정일의 신격화를 위해 김정일 생일을 "광명성절"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북한 최대의 명절로 칭송합니다. 때문에 해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면 김정일을 찬양하는 각종 행사들이 전국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특히,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과 겹쳤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 평소와는 다른 명절 공급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는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여느 때와 같이 전국의 어린이와 초등학생들에게 다과 한 봉지와 한 가정당 제공된 식용유 한 병, 신발 한 켤레를 공급한 것이 다였다고 합니다.

북한은 김정일 생일이면 전국에서 태어난 갓난아이들부터 초등학생까지 다과와 학용품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다과를 북한에서는 '선물'이라고 부릅니다. 탈북자들 이야기에 따르면 매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마다 제공받는 '선물'은 '고난의 행군' 이후 맛과 질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맛도 영양가도 없는 다과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면서 북한 당국은 나라가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당의 배려로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은 변함없이 제공한다고 선전을 합니다.

북한 전국의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은 없어도 김씨 가문의 체제 선전을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평양에서는 값비싼 축포가 울려 퍼졌습니다. 평양의 주체사상탑 주변 대동강 강변에서 축포를 터트리고 평양의 각 대학생들은 무도회에 동원되어 김정일 생일을 찬양하는 명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은 민속 명절을 즐겁게 보내는 것 보다는 김씨 가문을 찬양하기 위한 선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이러한 체제 선전과 김씨 가문의 신격화 행사로 무도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이 전국적으로 진행됩니다. 각 지방의 공장, 기업소 단위로 '충성의 노래모임'이라고 부르는 예술소품, 김정일화 전시회장 참관, 조선소년단 입단식, 각 도시에 설치된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 참배와 같은 김씨 가문의 신격화를 위한 행사들이 열리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다과 선물과 식용유 선물뿐만 아니라 북한에만 존재하는 어이없는 선물 공급도 있습니다. 당연히 국가에서 국민들을 위해 공급하는 전기는 북한에서는 선물용 용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북한의 열악한 전기 사정은 20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24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각 도, 시, 군 별로 몇 시간씩만 공급됩니다. 때문에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이나 김일성 생일을 맞이하면 휴일 동안 전기를 공급합니다. 너무나 당연히 제공돼야 하는 전기를 독재자의 생일을 맞아 장군님의 배려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 마냥 공급해줍니다.

올해 북한 주민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가족들과 함께 보냈기 보다는 김정일 동상을 찾아가 당과 수령께 영원히 충성할 것을 맹세하는 체제선전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독재자는 죽어도 영원 불멸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사는데도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인권과 복지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