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이날 예전처럼 유엔기관과 많은 인권보호 비정부기관들은 세계 여성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본부가 위치한 뉴욕에서 대행사와 전문학술회의를 유치하려 했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위원회' (HRNK), '북한자유연맹' (NKFC)과 다른 인권보호 단체들은 3월10일 뉴욕에서 북한 여성권 침해를 강조하면서 북한 여성 인권을 개선하려는 행사를 유치하려 했지만 꼬로나비루스(코로나바이러스) 우려 때문에 모든 유엔 비정부기관 행사들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북인권보호 단체들을 포함한 많은 단체들은 직접 세계언론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화상 회의로 대신 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에서 세계 여성의 날은 '국제부녀절' 이라 합니다. 해마다 3월8일이 되면 북한 여성들은 공장, 기업소, 동네 별로 여성들만 따로 모여 음식도 만들어 함께 나눠먹고 여러 가지 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이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세계 여성의 날은 그러한 축제 분위기보다 의미가 훨씬 더 깊습니다. 2020년은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은 미국에서 유래한 기념일입니다. 1908년 약 1만5천 명의 미국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키고 투표권을 얻기 위해 미국 동부 대표적 도시인 뉴욕에서 시위를 가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서유럽에서 1910년부터 3월 8일이 여성의 날로 선포되었고, 1911년 3월19일에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첫 번째 행사가 독일에서 열렸습니다. 그 이후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제2차 대전 때까지 이날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제2차 대전 이후, 여권 신장론과 여성 인권 운동이 활발하던 1960년대에 들어서 3월8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엔은 3월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선언했습니다.
냉전시대에 공산권 나라들은 여성권을 심하게 탄압하면서도 3월 8일을 중요한 날로 기념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특히 결혼한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장에 나가 돈을 벌고, 가정 생활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라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여성들은 후방에서 나라와 군인들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상 교육도 받습니다. 또 북한 여성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씨 일가 정권 3세대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있어야 하며 여성이 해야 하는 최고의 보람찬 일이라고 세뇌교육을 받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정치적 권리와 자유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최고 지도자를 숭배하며 김씨 일가의 정치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북한 내부에서는 온갖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을 2001년 2월27일에
비준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2월 발행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에서 성별 및 성분에 따른 차별은 매우 심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때 식량배급 제도가 무너지자 생존하기 위해 장마당, 농민시장과 암시장에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에 의하면 시장경제 및 화폐 유입으로 돈을 지불해야 기초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면서, 가난하고 불리한 성분의 상당수 주민, 특히 여성은 추가적인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지위가 높은 여성, 취약계층에 있는 여성 모두를 차별한다는 점에서 지난 25년 넘게 북한 내 여성 차별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유엔 조사위원회에 의하면 성폭력 또한 만연합니다. 하지만 피해 북한 여성들은 어떠한 보호나 지원 서비스, 법적 구제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식량권 및 이동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여성들을 인신매매 및 매춘으로 몰고 갔으며 표현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원천 봉쇄가 여성의 권리 주장 기회를 박탈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수집한 증언 및 자료 조사에 근거해, 북한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의해 반인도범죄가 저질러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이 살인, 노예화, 고문, 구금, 성폭행, 강제낙태, 기타 성폭력, 정치·종교·인종·성차별적인 박해, 강제 이전, 강제실종, 고의적으로 장기적 기아를 유발하는 비인도적 행위에 의해 많은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여성의 인권 실태를 계속 지켜 보고 있습니다. 올해 꼬로나비루스 때문에 뉴욕 행사들이 취소되었지만, 미국 인권보호단체 연합체인 ‘북한자유연합’이 설립한 ‘북한여성실무그룹’과 ‘북한인권위원회’를 포함한 여러 북한인권 보호단체들은 지난 몇년 동안 뉴욕에서 북한 여성의 인권을 개선하는 유엔의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여러번 토론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토론회의 주제는 탈북 여성들이 지난 25년 넘게 탈북 과정에서, 특히 중국에서 겪은 결핍과 인신매매, 또 강제북송을 당한 후 북한 여성들이 당하는 박해와 불법구금 등이 포함됐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북한 정부는 미북, 남북, 북중 정상외교를 활발히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권개선 없이 평화와 민족화해, 통일까지 이뤄지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비핵화하는 대가로 북한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정권유지 보장을 받고 싶지만 자유세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비인도적 인권 유린 범죄를 자행하는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이번 ‘국제부녀절’ 계기로 북한 정권은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고 성차별에 관련된 모든 법제와 관행을 뿌리뽑아야 합니다. 북한 정부는 여성에 대한 박해, 가정 폭력, 당국자 및 국가 기관이 행하는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근절하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 여성 인신매매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이러한 차별의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고 시정해야 합니다. 북한은 21세기 문명세계에 합류하기 위해 종합적인 정치, 경제, 인권, 사회 개혁과 개방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 북한 여성들에게도 하루 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