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21세기 1인 독재가 영원할 순 없어

0:00 / 0:00

북한은 올해 계속해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인간 안보를 희생시켜 왔습니다. 2022년은 김일성 110주년 출생 기념, 김정일 80주년 출생 기념, 김정은 정권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낭비하는 이유는 오직 김씨 일가 정권을 정당화시키며 유지하기 위한 것 뿐입니다.

북한의 현 상황을 보면서 다시금 제가 살던 공산 치하의 로므니아(루마니아)를 떠올렸습니다. 1989년 말 반공산주의 유혈 혁명을 일으켜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전 로므니아도 40년 넘게 공산주의 독재국가였습니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와 그의 아내인 엘레나는 25년 가까이 절대적 독재자로 인권을 유린하고 로므니아 사람들을 굶겼습니다.

독재자와 그의 아내는 마침내 반공산주의 혁명 때 로므니아 군에 의해 붙잡히고, 군사 재판을 받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북한 정권도 지금 현재 1994년에 세상을 떠난 김일성 110주넌 출생 기념을 준비하고 있지만 공산주의 독재 시대 때 로므니아 독재자의 생일잔치 또한 매우 큰 행사였습니다. 사실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식 개인숭배에 반한 나머지 로므니아에도 비슷한 개인숭배 사상을 조장하려 했습니다. 정전이 잦아지자 TV방송 시간은 하루에 두 시간밖에 안됐지만, 독재자 생일 즈음하여 며칠동안 독재자와 그의 아내를 숭배하는 음악회, 독주회와 무용회가 거의 하루 종일 방송되곤 했습니다.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언론과 선전은 독재자를 '평화의 대통령, 평화주의자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군중들이 거리와 광장에 모여 독재자를 숭배하는 구호를 외칠 때 '평화'라는 말은 약방의 감초 같은 단골 단어였습니다. '로므니아, 차우셰스쿠, 평화' ‘차우셰스쿠, 청소년, 평화'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만들자' '차우셰스쿠, 로므니아, 핵군축, 세계 평화'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재자가 대광장에 수만 명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며 '핵군축', '세계 평화', 핵무기가 없는 지구'라는 말을 떠들곤 했습니다. 물론 당시 로므니아 사람들은 핵무기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핵무기로 고민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북한 주민들처럼 로므니아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하며 생명을 협박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바로 독재자의 정책에 의한 식량 부족과 인권 유린이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을 하는 상황에선, 핵폭탄이 터져 죽는 것이 아니라 당장 배가 고파 죽는 것이었습니다.

로므니아의 독재자는 자신을 '평화의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사실 평화주의자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습니다. 냉전시대에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서유럽으로 망명한 로므니아 정보 장교에 따르면 차우셰스쿠 정부는 로므니아에서 만든 무기를 많이 수출하곤 했습니다. 독재자는 특히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제3세계 국가로 수출해, 그런 무기에 의해 많은 민간인들, 부녀자들, 아이들과 노인들이 사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으로 무기 밀수출해 온 북한과 유사한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로므니아의 정부는 벌가리아 (불가리아), 체스꼬슬로벤스꼬 (체코슬로바키아)와 마쟈르 (헝가리)와 같은 다른 공산권 국가와 함께 중동에서 대량살상무기 공장을 짓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북한도 특히 쑤리아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지원하면서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려 했습니다. 구 소련이 와해될 조짐을 보이던 1980년 말에 차우셰스쿠는 자신과 가족의 주도권을 보호하기 위해 핵폭탄을 로므니아에서 생산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차우셰스쿠는 그 계획을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독재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서도 자연히 로므니아 정부의 공산주의 언론은 '민족과 위대하신 지도자의 일심단결의 위력'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 선전의 거짓말을 믿지 않은 로므니아 사람들은 인권 유린, 식량 부족 때문에 입은 고통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공산주의 독재로부터 개방된 로므니아를 따뜻하게 환영했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개혁으로 향한 전환기가 쉽진 않았지만, 로므니아는 2004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고, 2007년 유럽연합에도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한 나라와 민족이 갑작기 사라질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독재 체제는 결국 세상에서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과 북한 주민들도 결국 세계화된 지구촌에 등장할 것입니다. 그것이 인류 역사의 흐름이며 결국 문제는 그게 언제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환영할 것입니다. 그러나 독재 체제와 개인숭배, 인권 유린은 21세기 지구촌에 존재할 수 없는 어두운 과거의 유물입니다. 북한도 21세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려면 핵을 앞세운 위협을 없애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며 충실한 정치, 사회, 경제개혁 정책을 시작해야 합니다. 21세기 1인 독재가 영원할 곳은 결코 없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