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1983년 발간한 ‘자립적민족경제 건설경험’ 114 페이지를 보면 이러한 말이 나옵니다: ‘자립적민족경제건설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로 나섰던 자금문제는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자금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방침들을 내놓으시고 우리 인민을 그 관철로 현명하게 이끄심으로써 성과적으로 해결 될 수 있었다.’
사실 북한의 경우 경제학 발행물과 선전물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김일성 시대 때 북한이 필요한 자금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실적으로 김일성에 의한 자금문제 해결이 자립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독창적이지도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일성 지시에 의한 자금문제 해결은 50년 넘게 북한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렸습니다. 북한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산업 개발 후 수출량을 증가시키려 했지만, 효율성이 없는 중앙 계획경제 때문에 산업개발정책이 실패하자 1976년 외채 상환을 거부했습니다.
약 15년 전부터 북한과 로씨야 (러시아) 정부는 북한이 냉전시대 때 구소련으로부터 빌린 외채를 면제받기 위한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북한의 로씨야 채무 규모는 미화 110억 달러 정도 였습니다. 로씨야 국회는 결국 2014년 4월 북한 채무 중 90퍼센트를 탕감해 주기로 했습니다. 로씨야 입장에서 북한 외채를 일부 면제하기로 해 준 이유는 북한을 통하여 한국까지 연결되는 가스 배관과 철도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프로젝트는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로씨야는 지난 3개월동안 유엔 가입국 겸 독립국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왔기 때문에 국제 사회의 격분과 제재에 의해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젝트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은 주로 구 소련과 중국, 일본으로부터 돈을 빌렸지만, 냉전시대 때 북한과 상황이 아주 비슷했던 로므니아 (루마니아) 정부로로부터도 빌렸습니다. 그 당시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독재자이던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식 개인숭배가 마음에 들어 로므니아에도 비슷한 개인숭배를 적용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로므니아의 수도를 평양처럼 군중들이 모여 지도자를 숭배할 수 있는 광장과 거리, 커다란 건물이 있는 도시로 바꿔 놓으려 했습니다.
차우셰스쿠는 자신의 개인숭배체제를 건설하는 데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렸습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 로므니아 국민들은 식량부족과 생필품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었지만, 과대망상증에 걸린 독재자는 제 3세계의 영웅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차우셰스쿠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에게 무이자로 빌려 줬습니다. 사실 개발도상국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은 그 나라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우셰스쿠와 같은 다른 독재자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그 돈은 로므니아 사람들의 피와 땀의 결과였지만, 냉전시대가 끝난 후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1980년대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정부는 온 국민들을 굶겨가며 외채를 갚았습니다. 로므니아의 공산주의 정부는 로므니아식 ‘주체’를 이루기 위해 모든 외채를 전부 갚으려 한 것입니다.
다른 개발도상국에 대한 로므니아 독재자의 관대함은 일반 국민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에게 돈을 빌려 주는 것은 그저 로므니아 독재자의 인기 관리와 제 3세계 독재 국가들의 지도자를 위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같은 공산주의 국가들끼리 돈을 빌려주고 받는 것은 비효과적 공산주의 경제체제 때문에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더러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의미도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1989년 말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로므니아와 한국은 1990년 3월 외교관계를 설립했습니다. 이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 로므니아가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예전 북한에 빌려준 외화를 돌려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정치.경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지 않으면 국가 신용 등급 개선조차 힘들고 국제통화기금에 가입하거나 냉전시대 때 빌린 외채를 갚는 일도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북한이 지구촌인 세계화 시대에 당당하게 등장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 국가신용등급 개선이 필요합니다. 물론 외채를 또 다시 얻기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인권상황을 개선한다면 국제사회에 의한 제재가 면제되며 외채를 다시 얻을 가능성도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에디터 김소영,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