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근로단체출판사가 1984년에 발간한 ‘언제나 근로하는 인민들과 함께 계시며’ 제2권 167페이지를 보면 ‘검소한 식사’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은 1950년 10월 하순 농민들과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취사원이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는데 김일성이 사이문을 열었습니다. ‘그 때 가마안에서는 한그릇이 되나마한 흰쌀밥이 잦아들고 있었다.’ 그것을 본 김일성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고장 인민들이 모두 강냉이밥을 해먹는데 나혼자 이런 쌀밥을 먹어서야 되겠소… 여기에다 강냉이쌀을 넣어 잡곡밥을 지으시오.’
북한 정권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평등을 말해왔습니다. 김일성이 정말 농민들과 함께 강냉이밥, 즉 ‘검소한 식사’를 같이 했을까요? 그렇다면 김일성 후계자들, 김씨 일가는 어쩌다 가난하고 배고픈 주민들을 지배하면서 사치스러운 삶을 사는 왕가가 되었을까요?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는 6년전 북한에서 태양절로 불리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과 다른 고위 간부들을 만나고 귀국했습니다. 후지모토 씨에 의하면 김정은과 다른 간부들과의 만찬에서 프랑스제 고급 보르도 포도주가 제공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후지모토 씨에게 하룻밤에 보르도 포도주를 열 병이나 마셔 위 상태가 나빠진 듯하다며 그날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값비싼 술을 좋아하지만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한 값비싼 프랑스 코냑과 포도주를 즐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1988년부터 2001년까지 13년동안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 씨는 2003년 9월 자신의 회고록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2001년 4월 고국인 일본으로 탈출한 후지모토 씨는 이 회고록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김정일과 북한 간부들의 생활 양식을 전했습니다. 회고록에 의하면 후지모토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기던 고급 양주인 프랑스제 포도주와 코냑, 단마르크 (덴마크)제 돼지고기, 체스꼬 (체코) 맥주, 일본 생선과 열대 과일을 구하려고 김정일의 명령으로 온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고난의 행군’때 북한 주민은 굶어도 김정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겼고 술 창고에는 수입 포도주가 만병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후지모토 씨는 김씨 일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폭로했기 때문에 북한 비밀요원들에게 암살을 당할까 봐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2012년 후지모토 씨는 김정은의 초청을 받아 11년만에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후지모토 씨에 의하면 2012년과 2016년 평양에서 자신을 환영하기 위한 만찬도 있었고, 자신이 북한을 탈출한 후 북한에서 계속 살았던 아내와 딸도 만났습니다. 2012년 만찬에는 김정은 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2013년12월 처형 당한 고모부 장성택과 다른 고위 간부들이 참석했습니다. 2016년 만찬에는 딸이 감기에 결렸다는 이유로 리설주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후지모토씨가 김정은에게서 북한에 계속 드나들 수 있는 허락을 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김정은이 어렸을 때 즐기던 생선 초밥이 그리워 후지모토 씨를 다시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일반 주민이 꿈도 못꾸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것이 북한 김씨 일가와 다른 고위 간부들의 특권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설립된 순간부터 사회주의 국가로서 평등주의를 주창해왔지만,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하면서 조선노동당은 공산당도 아닌 김씨 일가 숭배를
바탕으로 하는 김일성 당으로 변질됐습니다. 또한 평등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은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주민들을 분류하는 주민성분 제도를 김씨 일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해 왔습니다.
북한 정권도 33년 전 소멸된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처럼 노동자를 위한 ‘지상낙원’이라 주장하지만, 북한의 사회, 정치와 경제 체제는 노동자들까지 포함해 일반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재자를 숭배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김정일 정권 때 북한은 ‘강성대국,’ 또는 김정은 정권하에서 ‘핵 경제 병진노선’을 이룬다고 했지만, 북한의 권력세습 독재 체제는 ‘강성대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북한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이웃 나라를 위협하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인권유린, 영양실조와 정치탄압 때문에 매우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아직까지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나라,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주민들을 굶기는 나라, 식량을 사회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는 정권은 김씨 일가 정권 밖에 없습니다.
2014년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많은 인권 유린이 비인간적, 반 인륜 범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정은 정권 하에 북한 권력세습체제의 모순들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구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정권이 그러한 모순 때문에 무너졌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김씨 일가 정권은 일반 농민들이 강냉이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급 음식과 포도주를 즐기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언제 독재정치, 인권유린, 정치탄압과 식량부족을 벗어나 자유, 민주주의, 인권보장과 경제번영을 향유할 수 있을까요?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