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평양의 상징 ‘류경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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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찬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평양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다'고 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대동강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건물과, 평양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그 다음 날 9월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연설할 때 '이번 방문에서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평양 고층 건물이라 하면 '류경호텔'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 언론은 지난 30년 동안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평양의 '류경호텔'에 관해 보도해 왔고 중단됐던 '류경호텔' 공사는 약 10년 전 다시 진행되었습니다. 그 당시 평양에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집트 회사인 '오라스콤'이 '류경호텔'의 공사를 다시 맡았습니다.

10년 전부터 '류경호텔' 공사는 김일성 주석 100주년 생일인 2012년 4월 15일까지 마무리된다고 언론 매체들은 보도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 날을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인 태양절"이라고 부릅니다. 2012년 한국 서울에서 개최된 학술 토론회에서 켐핀스키 그룹의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켐핀스키 그룹이 북한 '류경호텔'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2013년 류경-켐핀스키 호텔의 일부를 개장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켐핀스키 그룹이 류경호텔을 운영하며 상점, 사무실, 연회장, 식당150개 객실을 먼저 개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씨 일가 신격화를 위한 '류경호텔'은 2018년까지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켐핀스키 그룹의 사업계획은 실패했고, 경제적 실용성 없는 건물로 남아 있습니다.

'류경호텔' 공사에 참여한 외국업체가 '오라스콤'이 처음은 아닙니다. 1987년 시작된 '류경호텔' 공사는 처음에 프랑스 업체에서 맡았으나 그 프랑스 업체는 결국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약 10년 전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는 평양의 '류경호텔'에 관한 기사를 내면서 105층 높이에 3000개의 객실이 있는, 피라미드 형태의 초대형 '류경호텔'은 잘못된 디자인과 건축 공법 때문에 '인류 역사상 최악의 건물'이라고 전했습니다.

냉전시대 '류경호텔'과 같은 쓸모 없는 커다란 건물들은 많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상징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들은 과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화려한 고층 건물과 경쟁하기 위해 비슷한 건물을 지으려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고층 건물은 대부분 상업적인 이유로 생겨난 것이고,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는 오직 독재자와 공산주의 정부를 위한 허구일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3,170 개의 객실이 있는 모스크바의 '로씨야아 호텔' 또는 로므니아 수도인 부꾸레쉬띠에 위치한 '국민관'과 같은 커다란 건물이 생겨났고 평양에 위치한 '류경호텔'도 마찬가지 이유로 건축이 추진됐습니다. 한국 건설업체가 지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고층 건물 '스탬퍼드 호텔'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북한 정부는 1987년부터 105층짜리 '류경호텔'을 지으려 했지만, 이 호텔은 아직까지도 속이 빈 아무 쓸모 없는 '유령 호텔'로 남아 있습니다.

모스크바의 '로씨야 호텔'과 로므니아의 '국민관'은 커다란 규모에, 엄청난 공사 비용이 들어갔지만 실용성이 없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답답하게 서있는 건물들의 모습이 로씨야의 수도인 모스크바와 로므니아의 수도인 부꾸레쉬띠의 전통적 건축물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로므니아 당국은 독재자를 숭배하기 위한 '국민관'을 짓기 위해 500년된 성당과 조상의 묘가 있는 부꾸레쉬띠의 구도시 전부를 불도저로 밀어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자들이 보인 과대망상의 상징이었던 '로씨야 호텔'과 로므니아의 '국민관'의 운명은 달랐습니다. '로씨야 호텔'은 철거된 반면, 로므니아의 '국민관'은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무너진 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로므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이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면 한국과 미국,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정부의 선택에 따라 평양 '류경호텔'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핵화와 평화의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평양의 '류경호텔'은 '러시아 호텔'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지만, 북한이 평화, 경제개혁과 개방의 길을 택하면 로므니아 '국민관'과 같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