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독일 통일의 비용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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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북, 미북, 북중 정상회담이 여러번 이뤄졌습니다. 한반도의 평화·화해·통일로 향하는 길을 독일의 교훈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독일은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면서 이듬해 분단 40여년만에 통일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 이후 다른 동유럽 공산주의 나라들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로므니아의 부꾸레슈띠 대학에 다니던 영어영문학과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로므니아에서는 북한 김일성 국가주석으로부터 정치탄압, '주체 사상'과 독재자 개인숭배를 배운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독재정부의 언론검열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국내 방송을 통해서는 바깥나라 소식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전력난 때문에 하나밖에 운영되지 않았던 TV 방송국 마저 매일 저녁 주로 독재자를 찬양하는 연주회나 독주회를 중심으로2시간 방송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로므니아 사람들도 1989년 가을 무렵부터 동유럽에서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므니아 사람들은 외국 라디오 단파 방송을 통해 바깥세계의 좋은 소식을 들으면서 로므니아도 개방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해 가을 독일에서 로므니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유럽의 젊은이들은 인류 역사의 한 순간을 바꿔놓았습니다. 나이든 저희 부모 세대는 그 시절을 비관하기만 했지만 동유럽 젊은이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겠다며 공산주의 독재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진 지 29년이 지난 2018년 현재에도 북한은 이 같은 동유럽 국가들과 달리 개혁과 개방을 거부한 채 3대째 세습 독재 정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미국·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협상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아직까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입니다.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자유시장경제를 중심으로 많은 경제 발전을 했지만, 북한은 반대로 비효율적 중앙계획경제, 심한 권력세습독재와 개인숭배, 정치탄압과 인권침해로 인해 아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합니다.

동서독 간 통일이 이뤄진 1990년 동독 주민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서독 주민의 1인당 국내총생산의 약 4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사실 냉전시대의 동서독 간 경제, 사회, 정치 수준의 차이보다 현재 남북한 간 차이가 훨씬 더 심합니다. 그래서 동서독 통일 비용보다 남북한 통일 비용은 9배나 더 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통일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통일 후 동독 재건을 위한 '연대특별세,' 즉 주민들끼리의 연대감을 위해 20년간 동독 사람들의 소득을 서독 사람들 소득의 70%까지 올리기 위한 세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서독 사람들이 낸 '연대특별세'로 모은 자금은 도로공사 등 동독의 재건비용 그리고 동독인 고용 등 동독사람들에게 경제 기회를 마련해 주는데 사용됐습니다.

독일 통일의 경우를 바탕으로 남북한 통일에 따르는 비용을 추산해 볼 수 있습니다. 남북한의 통일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 것은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그 비용의 부담을 가질 나라는 한국뿐이 아닙니다. 국제사회도 그 과정에 참여할 것입니다. 물론 북한은 우선 통일되기 전 세계은행(World Bank)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하고 이들 국제기구로부터 개발원조를 받기 위해 주민소득통계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군사예산을 상당부분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들 국제기구가 북한이 어떤 분야에서 원조를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고, 또한 북한의 자원을 경제개발과 주민들의 생활수준의 개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1871년에야 비로소 여러 왕국으로부터 하나의 통일된 나라가 되었고, 따라서1945년 분단되기 전까지 통일 독일의 역사는 74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남북한은 1948년 분단되기 전까지 기원후 935년부터 1 천 년 이상 같은 문화, 같은 언어, 같은 정치체제 하에서 살던 같은 민족이었습니다. 그 역사를 고려하면 남북한 통일의 중요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반도 통일 비용이 독일의 통일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도 장기적으로 분단비용보다는 통일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