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많은 북한 주민들은 탈북에 나섰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정착했습니다. 현재까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3만3천 여명이 넘습니다.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탈북했다는 것은 이젠 새로운 소식이 아니지만 가끔 고위관리나 운동선수, 또는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이 있으면 세계언론은 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보도합니다. 지난 11월초, 체중 50 킬로그램의 28살 북한 남성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 3미터의 2중 철조망을 넘어 한국으로 탈북했다고 합니다.
28살 남성이 체중 50킬로그램이라면 어느 정도 북한의 열악한 영양 상태를 짐작 할 수 있고, 체조 선수 출신이 기적과 같은 탈출을 했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여러가지 현실상황, 예를 들면 영양실조, 부족한 보건과 위생상태, 인권유린과 정치탄압 등의 문제로 얼마나 힘든 삶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식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독재국가인 북한의 큰 차이점을 알게 해줍니다. 지난 9월21일 북한군이 한국 주민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이 끔직한 범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반대로 한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은 보호를 받고 한국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교육과 많은 지원을 받습니다.
이번 북한 체조 선수 출신 주민이 남북한을 분단시킨 철조망을 넘어 한국으로 탈출했다는 소식은 유명한 로므니아 (루마니아) 출신 여자 체조 선수 나디아 코머네치 떠오르게 합니다. 코머네치는 31년 전인 1989년12월 초 로므니아 반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공산주의 독재체제에서 탈출했습니다.
44년 전 1976년 여름 14살이던 나디아 코머네치는 카나다 (캐나다) 몬트리올 하계 올림픽에 출전해 사상 최초로 1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평균대, 개인 종합, 이단 평행봉 금메달 셋, 단체 종합 은메달 하나, 마루운동 동메달 하나를 땄습니다. 코머네치는 1980년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두 개를 땄습니다. 지난 44년 동안 '체조 여왕'이라 불린 나디아 코머네치에 의해 여자 체조는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녀는 20세기 최고의 운동 선수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저는 그때 6살이었고 지금도 그날의 추억이 생생합니다.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그전 체조 경기에서 만점이라는 점수가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올림픽 체육관 점수 표시기에는 10점이 아니라, 1점이라고 나타났습니다. 그날 코머네치는 체조의 역사를 바꿔놓으며 세계 스포츠 역사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코머네치는 로므니아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나디아 코머네치의 인생도 로므니아의 현대 역사의 운명과 결합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6년 올림픽에서 자신의 재능과 노력에 의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그녀는 로므니아 독재자와 그의 아내의 의해 '사회주의노동 영웅'으로 추대됐습니다. 공산주의 언론은 코머네치의 이미지를 이용해 차우체스쿠 정권을 외국에 선전하려 했습니다.
로므니아에서 공산당 행사를 할 때마다 코머네치는 공산당 간부들 앞에서 독재자와 그의 아내에게 감사의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나중에는 독재자의 막내아들 니쿠가 코머네치에게 연인으로 다가가려고 했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또 코머네치의 감독이던 벨라 카롤리와 그의 아내인 마르타가1981년 미국으로 망명해 미국 국가 대표팀 감독이 된 후 코머네치도 망명할까 봐 비밀경찰의 심한 감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반공산주의 혁명 2주 전인 1989년 12월초 마쟈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걸쳐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많은 로므니아 사람들은 나라의 상징이던 코머네치의 망명이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정권 붕괴를 예측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미국에서 로므니아 공산주의 독재 탄압에 의한 자신의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며1984년 올림픽 남자 체조 금메달을 딴 미국의 바르트 코너 선수와 1996년 결혼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체조 학교를 운영하고 책을 쓰기도 하고 '세계 체조 선수'라는 잡지를 출판했습니다. 저도 몇 년 전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코머네치와 남편 바르트 코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코머네치는 이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로므니아를 자유로이 오가며 로므니아 고아들과 로므니아 체조 발전을 위한 봉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 고위 인사들이 로므니아를 방문할 때 코머네치는 로므니아 대통령과 함께 그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세계 뉴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계 체조 여왕인 코머네치는 지난 11월12일 59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코머네치는 14년 전 아들을 낳으며 자신과 남편의 오래 전부터의 꿈이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또한 31년 전 코머네치의 탈출은 로므니아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꿈꾸던 자유를 예측했습니다. 이제 로므니아는 유럽연합에 가입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냉전시대 때 김일성의 북한과 상황이 많이 비슷하더 로므니아의 교훈을 보면서 독재가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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