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북한의 맥주 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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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국내 맥주 생산을 늘리려고 합니다. 지난 11월 말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나선시 선봉구역에 나선맥주공장이 준공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공장은 통합조종실, 발효장, 맥주 생산장, 품질∙기술준비실을 갖추고 있으며 맥주병 세척부터 맥주병 포장까지 모든 작업들이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새로운 맥주 상표는 '두만강 맥주'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름 지은 것입니다.

코로나19(코로나비루스)를 예방하기 위해 원래 고립돼 있던 북한은 전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봉쇄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맥주 생산은 왜 늘리고 있을까요? 물론 코로나19 전염병 시기에 자유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나라에서도 맥주를 포함한 주류 판매량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남아프리카는 일시적으로 술과 담배 판매를 중단했지만 금지령을 해제하자마자 판매량이 급등했습니다.

맥주라 하면 체스꼬 (체코), 벨지끄 (벨기에)나 독일을 생각하지만 미국의 맥주 생산도 특히 지난 25년동안 많이 진전됐습니다. 미국에선 제1차 세계대전 후1920년부터 1933년까지 주류 생산, 수입, 운반과 판매가 금지되었습니다. 1933년에 금주법이 해제된 후 주로 대기업들만 맥주를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냉전 시대 후 역사적인 미국 도시 보스턴에서부터 시작해 중소규모의 양조장 문화가 많이 발달되었습니다. 현재 미국에 위치한 중소 양조장은 6,200 곳이 넘습니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맥주집에서 모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하고, 집 앞까지 배달도 쉽게 되고, 아니면 차를 타고 같은 동네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쉽게 사러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이 생산하는 맥주도 식료품 가게에서 잘 팔리는 상황이고, 미국의 중소 양조장들도 코로나 전염병 위기 속에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온세계가 위기에 빠진 코로나 전염병 시기의 북한 상황은 어떨까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북한 주민들은 맥주를 많이 즐기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자의 명령으로 맥주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개인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소중히 하는 자유시장경제라면 수요가 증가할 경우 기업들은 양조장을 만들어 공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김씨 일가의 중앙계획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에서는 약11년 전부터 '대동강 맥주'를 선전하는 동영상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많은 북한 사람들은 식량 위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20년 전 북한 정부는 중고 맥주 양조장을 영국의 브리티시 어셔즈(British Ushers)라는 회사로부터 들여왔습니다. 평양 동쪽에 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대동강 맥주, 특히 생맥주는 평양의 호프집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옛날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 중 북한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로므니아(루마니아)였습니다. 냉전 시대때 로므니아의 주류 산업, 특히 로므니아의 맥주 생산은 수준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 중 체스꼬슬로벤스꼬 (체코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몇 백 년 동안 유럽에서 매우 인기있는 좋은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체스꼬슬로벤스꼬의 경제가40년 동안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맥주의 전통은 계속 이어졌고, 동유럽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던 서유럽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옛날부터 로므니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포도주, 그리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자두주를 많이 마셨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로므니아에 자본주의 경제와 금융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로므니아의 민주주의도 발전돼, 일반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당시 일반인들의 취미 중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여서 토론할 때 도수가 높은 양주보다, 비교적 도수가 낮은 맥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경제와 정치가 발전하면서 맥주 산업도 발전되고, 포도주나 자두주를 마시던 예전과 달리 맥주를 마시는 사회적 경향이 생겼습니다. 제2차 대전 직후 로므니아가 공산주의 국가로 변한 후, 맥주 산업도 위기에 빠졌습니다. 모든 산업이 국유화되면서 소규모의 맥주 양조장이 없어졌고, 로므니아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두 세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맥주 생산은 국가 독점이었기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맥주의 맛과 질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다음 로므니아의 맥주 산업과 호프집의 토론 문화는 다시 부활했습니다. 경제가 개방되면서 소규모의 맥주 양조장들이 곳곳에 많이 생겨, 수백 종류의 로므니아산 맥주는 수입 맥주와의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실내나 실외 호프집에 모여, 맥주 한잔 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경제 개혁과 개방을 받아들여 북한의 기업가들도 국유 산업이 아닌 개인 양조장을 운영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북한 주민들도 지인들끼리 어울려 시원한 '두만강 맥주'나 '대동강 맥주'를 마시면서 경제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또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