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재까지 남한 에서 북한으로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6.25전쟁 때 붙잡힌 국군포로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면서도 이들이 자진해서 북한에 남아 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이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위한 금융 보상을 하더라도 북한 당국이 그들을 남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한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귀환시키기 위해 북한에 현금이나 물자를 지원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노력은 칭찬할 만 합니다. 그러나 옛날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전례를 생각하면 이러한 방안은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독 정부가 냉전시대 몇 십년 동안 동독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오려고 동독 정부에 현금과 물자를 지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동독 공산주의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주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동독 정부는 공산주의 독재를 반대하던 반체제 인사들을 서독으로 추방하면서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더 복잡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동유럽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 중 북한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던 루마니아는 몇 십년 동안 다른 나라의 현금과 물자 지원을 받고 250,000명의 소수 민족에게 이민 허가를 주어 루마니아를 떠나게 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 때 정부에서 여권을 받기내기는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일반 사람이 이민 신청을 했을 경우 직장을 잃고 구속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외국 영사관에 공식적으로 이민을 신청하기보다 위험한 망명의 길을 택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수영으로 다뉴브강을 건너 유고슬라비아를 통해 자유세계로 망명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총탄에 맞아 죽은 사람들은 수 천명이나 될 것입니다.
루마니아 독재자이던 니콜라에 차우체스쿠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숭배를 위한 커다란 건물과 대광장을 만들기 위해 외화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정치 탄압, 특히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을 외화를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극악무도한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모든 루마니아 사람을 탄압하면서도 소수 민족인 유대계와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더 심하게 탄압했습니다. 그래서 서독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는 루마니아에서 살던 독일계와 유대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루마니아의 공산주의 정부와 비밀 조약을 맺었습니다.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부는 몇 십년 동안 유대계와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이민을 허가해 주면서 이스라엘과 서독 정부로부터 많은 현금과 물자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에 위치한 '대학살 기념 박물관'에는 제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이 유대인과 다른 인종에게 저지른 대학살과 관련된 사진, 물품들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학살 기념 박물관'에서 국제 공문서를 담당하는 루마니아 출신 '라두 이와니드' 국장은 2005년 유대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이스라엘로 보내는 데 따른 보상 정책에 관해 책을 출판했습니다.
루마니아 정부가 보상을 받고 유대계와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 250,000명을 이스라엘과 서독으로 보낸 조치는 돈을 벌면서 소수 민족을 청소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했습니다.
서독과 이스라엘 정부가 독일계와 유대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부에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인 대책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250,000명을 공산주의 지옥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체스쿠 대통령은 유대계나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이스라엘과 서독으로 많이 보낼수록 외화를 더 많이 벌었기 때문에, 그들이 이민 신청을 더 많이 하게끔 그들을 더 심하게 탄압했습니다.
또 유대계나 독일계가 아닌 루마니아 사람까지도 가족이 이민을 해서 외국에서 돈을 지불할 경우에만 이민 허가를 해주곤 했습니다. 이스라엘이나 서독 정부가 유대계나 독일계 루마니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차우체스쿠 정부에 보상을 해 준 것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수 민족의 청소와 인권 탄압이 더 악화된 것입니다.
남한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구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며 이러한 보상 정책을 고려하면서 남한 정부는 동서독의 전례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의 교훈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북한 정부는 보상을 받지 않아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남한으로 보내야 합니다. 남한 정부는 국군포로 송환을 위해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하게 되더라도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하여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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