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중 간 ‘군대 교류’ 공개 언급은 처음”

앵커: 한국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양측이 군대 분야 교류를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동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북 첫날인 지난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외교와 법집행, 군대 등 각 분야에서의 교류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외교·법집행·군대 등 분야의 교류를 강화하고, 양측이 도달한 중요 합의를 잘 이행해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해당 발언에 대해 “북중관계에서 공개적으로 군대 분야 교류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파악된다”며 “관련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동행한 것을 시 주석이 언급한 군대 분야 교류 논의를 위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시 주석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 전반에 관련해 “양자관계 발전, 전면적 교류 강화, 국제협력 강화 등을 주로 논의했다”며 “북중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 한편 고위급 및 분야별 교류협력 확대를 통한 전략적 관계로 발전해나갈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직접 시 주석을 맞이한 것을 비롯해 전 일정을 동행하며 지난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때와 비슷한 수준의 ‘최고 예우’를 보여줬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데 대해선 “표면상 발표된 것만 가지고 평가하긴 이르다”며 “좀 더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및 국제 문제를 논의했다는 내용이 있어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것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중국이 사실상 북핵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박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 한반도 비핵화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확인된 국제사회의 일관된 목표이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흔들림 없이 견지해 나갈 것입니다.

외교부는 “이번 시 주석 방북을 포함한 북중 간 교류와 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있다”며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공동 목표라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측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외교부는 “한중 정상의 상호 국빈 방문 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양국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중국 측이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중국 측과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베이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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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중, 비핵화 언급 않으며 북핵 사실상 묵인”

한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북핵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나 한반도 문제를 꺼내는 것은 ‘두 국가론’에 배치되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남북을 묶어서 이야기하는 ‘두 국가론’에 위배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진핑 입장에서는 굳이 김정은 심기를 건드리는 한반도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도 묵인해 주고, 적대적 두 국가론도 건드리고 싶지 않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중러 3국 간 협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진영에 더욱 확실히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국질서’ 진영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게 이번에 시진핑이 북한에 간 이유 중 하나이자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 문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2026년 6월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하고 있다.
2026년 6월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하고 있다. 2026년 6월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하고 있다. (AFP)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 주석 방북이 최근 급격히 강화된 북러 관계를 견제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자적인 영향력을 지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운명공동체’를 앞세운 배경엔 “북한의 대러시아 파병 및 군사 거래 등 급진적 밀착에 대한 견제와 우려가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병광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이 러시아로 일방적으로 기우는 것을 결코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북중러 3자 구도보다 북중 양자 관계를 강화해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향후 한국의 대응과 관련해 정재흥 선임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러시아와의 소통을 유지하며 대북 견제 및 관여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입장 반복이 아닌 ‘대북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이는 미국이나 일본과의 근본적인 관계 재설정이 필요한 것인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