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미래망의 내리적재 속도’입니다.
북한에 와이파이,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이 도입된 지 벌써 8년이 됐습니다. 2017년에 평양에 ‘미래망’이란 이름으로 들어갔죠. 중구해양기술교류사가 개발해서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에 망을 구축하고 이어서 김책공업종합대학과 영광거리, 여명거리로 봉사 범위를 넓혀 나갔습니다. 그리고 미래망을 이용할 수 있는 판형 컴퓨터도 개발해서 함께 출시했습니다. 그 당시에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러겠죠. 조선중앙 TV의 보도에서도 젊은 남여가 평양 시내에서 판형 컴퓨터를 함께 보면서 과학기술 자료를 검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와이파이,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은 1990년대 초반에 기술이 개발돼서 2001년부터 일반인들에게 널리 보급됐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이때부터 손전화나 판형컴퓨터로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에 접속해서 여러가지 봉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 비해서 17년 정도 빠른 거죠.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은 말그대로 유선으로 말단기를 연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디서든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 전에는 공유기와 탁상 컴퓨터를 케이블로 연결해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를 쓰려면 한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에 접속하면 판형 컴퓨터나 노트컴, 지능형 손전화를 가지고 신호가 잡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전자기기를 이용한 생활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은 거죠.
하지만 내리적재 속도가 느리면 이런 편리함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무선망으로 동영상을 내리적재 받아도 유선망에 비해 속도에 차이가 없어야 의미가 있겠죠. 짧은 동영상 하나를 내리적재 받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거나, 실시간 동영상을 보는데 동영상이 자꾸 가다가 멈추거나 끊겨버리면 무선망을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공공시설에서 무료로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찻집이나 식당, 빵집에서도 손님들을 위해 무료로 접속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공짜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을 쓰려고 찻집에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북한처럼 가입자 식별 심카드를 꽂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접속하면 됩니다. 저도 지금 워싱턴 인근의 찻집의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에 접속해서 ‘모바일 북한’ 원고를 쓰고 있는데요, 내리적재 전송속도가 초당 11 메가바이트 정도로 나옵니다. 실시간 고화질 동영상을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봉사를 공짜로 받는 게 좀 미안할 뿐입니다. 물론 찻집이니까 차 한 잔 값은 내야하죠.
저희 집에서는 통신회사에 한 달에 30달러를 내고 공중 무선 자료 통신망을 쓰고 있는데요 내리적재 속도는 초당 180 메가바이트 이상입니다. 5세대 이동통신망이라서 그런지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암호를 걸어뒀기 때문에 아무나 접속할 수 없지만 저희 가족 누구라도, 집에 찾아온 손님들도 암호만 알면 쓸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별도의 가입자 식별 심카드 없이 접속할 수 있습니다.
북한 미래망은 어떨까요?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 NK’의 보도에 따르면 미래망의 내리적재 전송속도는 초당 2에서 33 메가바이트입니다. 저희 집의 전송속도가 이거 보다는 최소한 6배는 더 빠르겠네요. 중간 정도의 속도, 그러니까 초당 15 메가바이트로 전송이 이뤄진다면 미래망에서도 실시간 고화질 동영상을 시청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송속도를 일관되게 유지해 주느냐겠죠. 초당 2메가바이트로 떨어지면 동영상은 뜨겠지만 중간에 멈추고 끊기는 현상이 계속될 겁니다. 가입자 식별 심카드를 써야 하는 것도 불편합니다. 물론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