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북한과 인공지능 봉사 프로그램 GPT ’입니다.
북한 김성일종합대학에서 미국 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봉사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화제입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에서 지난 주 보도한 내용인데요, 김일성대학 인공지능 기술연구소를 소개하면서 화면에 “GPT-4 실례: 글짓기”라는 제목이 등장했습니다. GPT-4는 미국의 ‘오픈 AI’라는 인공지능 연구개발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AI는 영어로 인공지능이라는 의미의 인공과 지능에 해당하는 두 단어의 앞글자를 각각 딴 겁니다. 보통 영어로 인공지능은 간단하게 AI로 부릅니다.
‘오픈 AI’, 그러니까 ‘열린 인공지능’이라는 뜻의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인공지능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안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술을 개발해서 모두가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습니다. 이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 중에 가장 유명한 게 바로 GPT인데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이해한 다음에 스스로 글을 생성해 내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문서 작업을 할 때 아주 똑똑하고 부지런한 봉사원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건 이 프로그램이 엄청난 양의 문서 자료를 순식간에 수집해서 반복되는 형태와 문법, 의미, 문맥을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단하죠. 사람도 이걸 하기 힘든데,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스스로 이걸 해낸다니 말입니다. 그래서 문서 작업을 할 때 GPT를 쓰면 아주 편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선전매체에 나온 것처럼 글짓기를 시킬 수 있습니다. 화면상으로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영어로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글을 써달라는 내용의 문장이 화면 맨 위에 나오고, 그 밑으로 주문에 맞는 글이 생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GPT를 자주 이용하는데요,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전자우편으로 보낼 글을 써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글을 생성해 냅니다. 말그대로 주문을 입력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초밖에 안 걸립니다.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고쳐달라고 할 수 있는데, 군말없이 바로 고쳐줍니다. 좀더 친근한 느낌이 들게 바꿔달라, 이런 내용을 더 넣어달라, 이런 자세한 내용을 주문하면 거기에 맞춰 줍니다. 이걸 사람한테 시키면 최소한 한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짓기 뿐만 아니라, 번역도 시킬 수 있고, 문서 요약, 문서 교정과 편집, 외국어 학습, 수학 문제 풀이, 이렇게 다양한 봉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GPT를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사무 처리 속도와 능력은 엄청난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GPT는 그동안 성능향상을 거듭했는데요, 3.5판까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4.0판부터는 한 달에 20달러를 내야 쓸 수 있습니다. 유료 판을 쓰면 응답 속도와 정확도, 논리력이 크게 향상되고 사용량 제한도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능만 가끔씩 사용하겠다면 무료 3.5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북한 선전매체에서 ‘GPT-4 실례’라고 화면에 나왔는데, 김일성종합대학이 GPT의 선전자료만 입수한 건지, 실제로 구독료를 내면서 사용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해외에 나간 북한 정보통신 기술자들이 미국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해킹을 시도했다는 보고는 있습니다.
GPT는 탁상용 컴퓨터나 판형 컴퓨터, 지능형 손전화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접속이 안되면 GPT를 작동시키는 봉사기에도 접속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이 봉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겠죠. 세상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인터넷 접속을 막고 있는 북한에서 과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라는 구호에 걸맞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