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2023년 교육부문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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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2023년 교육부문 성과’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를 열었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세 번째 해를 마무리하는 회의였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북한이 엄격한 방역조치의 지속 때문에 모든 부문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고 경제제재를 받는 속에서도 2023년 한 해 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알곡 증산, 대규모 살림집 건설, 공업부문의 기술혁신이 언급됐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부문에 대해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궁금했습니다. 북한이 정보화 실현의 대표적인 예로 꼽는 부문이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교육강국, 인재강국 건설을 위해 교육 내용과 형식, 방법에서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이건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오면서 계속 강조해 왔던 건데요, 2023년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와 도약이 있었는지는 전원회의에서 자세히 보고되지 않았나 봅니다. 공업부문은 기계, 화학, 전력 등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했는데 말입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지난 해 전국적으로 160여 개의 학교와 유치원들이 본보기수준으로 신설되거나 개건됐다고 보고됐습니다. 그런데 작년말에 나온 교육 조건과 환경 개선 성과에 대한 보도에서는 전국적으로 300여 개의 학교와 유치원이 새로 건설되거나 개건되었다고 하더군요. 같은 내용인 거 같은데 300여 개라고 했다가160 여 개라고 하는 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를 보면 수백, 수천, 수만 이렇게 어림수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보통 구체적인 숫자를 기사에 넣는데 말이죠. 그러니 300여 개, 160여 개, 이렇게 숫자를 제시한 건 구체성이 있어서 좋은데, 일관성이 없으면 신뢰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한가지 눈에 띄는 건 2023년에 수백 개의 분교들에 국가 자료 통신망이 새로 구축되었다는 보도입니다.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에서 12월 말에 똑같은 내용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더이상 구체적인 자료가 없습니다. 연말에 그 해에 내세울만한 성과로 제시했다면 관련 기사가 좀 있어야 하는데 분교에 국가 자료 통신망이 새로 구축됐다는 보도는 2023년에 더이상 안 보입니다. 뒤로 좀더 가보면3년 전인 2020년에 평안남도 체신관리국에서 평성시의 3개 분교에 빛섬유케이블 늘이기와 국가 자료 통신망 가입을 도와주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보도내용과 분량만 보면 북한이 교육 정보화를 분교에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원격교육 체계를 통해 양강도 산간 군들의 분교 교원들이 현지에서 재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분교에까지 국가망이 연결돼야 가능한 사업이었을 겁니다. 지방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 재교육은 직무 역량 개발 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 해소 차원에서 북한이 강조해 왔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 문제는2021년 열린 제8차 당대회에서 강조된 뒤,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거듭 언급됐습니다. 기존의 대북제재에 더해 코로나 19 사태로 국경봉쇄와 경제활동 제한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표 달성에 중대한 걸림돌이 생긴 만큼 지방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사업이 더욱 절실해졌겠죠. 그런데 이 사업이 지방 분교에까지 얼마나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