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짠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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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짠테크’입니다.

짠테크,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실텐데요,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입니다. 한국에서는 인색하다는 뜻으로 사람이 짜다, 이런 표현을 씁니다. 재테크는 재산관리를 의미하는데요, 이것도 한국말과 영어의 합성어입니다. 종합하면 짠테크는 인색할 정도로 재산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뜻이 되겠죠. 푼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잘 모아서 생활비에 보태거나 투자하면 ‘짠테크를 한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욜로라는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란 의미의 영어 문장에서 각 단어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든 말입니다. 나중 일은 신경쓰지 않고 지금 기분좋게 돈을 쓰겠다는 겁니다. 그만큼 수입에 자신이 있고 경제도 좋으니까 이렇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요즘 이런 정신상태로 살다가는 금방 망하고 맙니다. 전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여전히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한국이나 북한이나 사정은 마찬가지겠죠.

특히 물가 오르는 걸 보면 일단 먼저 쓰고 보자는 말이 나올 수 없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새해 들어서도 북한의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청진에 있는 수남시장의 경우 생활필수품들이 작년 가을에 비해 곱절이 올랐다고 하는데요, 1만 1천 원 하던 북한산 세탁용 가루비누 한 봉지가 지금은 2만 5천 원이고, 한 켤레에 7천 원을 넘지 않았던 중국산 양말은 1만 2천 원까지 올랐습니다. 어린이 단복은 1백 원에서 7백 원까지 올랐는데요, 내 화장품은 안 사더라도 애들 옷은 제대로 사서 입히고 싶은 엄마 마음은 어디나 똑같겠죠. 식료품 가격도 크게 뛰고 있어서 부모의 애끓는 마음은 더할 겁니다.

이럴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짠테크가 필요합니다. 어떻게든 아껴써야 할텐요,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잘 파악해서 규모 있게 쓰는 게 중요하겠죠. 북한에서는 지능형 손전화의 재무관리 앱 ‘물방울 1.0’이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 청취자 여러분들도 많이 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물방울 1.0’은 수입과 지출을 종류별로 기록할 수 있고, 현금 유동성, 예산 계획, 통계와 부채, 신용관리를 모두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은행 통장을 보면서 계산기로 공책에 일일이 적을 필요가 없게 된 거죠. 매달 수입과 지출 내역을 한눈에 알 수 있게 그래프로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물방울 1.0’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수입과 지출이 모두 지능형 손전화로 관리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은행 계좌, 돈자리와 ‘물방울 1.0’을 연동해서 매달 받는 월급이 내 은행 계좌에 들어오게 하면 앱에 자동으로 기록되겠죠. 전화돈을 서로 쏴주듯이 내 은행 계좌에서 다른 사람의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줄 수 있으면, 장마당 거래도 이 앱에 자동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겁니다. 현금 카드와 전자결제체제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인다면 이 앱의 활용도가 더 높아지겠죠. 예를 들어 전성카드 돈자리와 전자결제체제 앱 ‘울림 2.0’을 ‘물방울 1.0’과 연동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금 거래가 많으면 이걸 일일이 앱에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번거롭겠죠.

한국에서는 짠테크를 하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물건을 사고 남는 잔돈만 모아서 이자까지 붙여주는 은행 봉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금융거래 내역을 다 모아서 보여주는 지능형 손전화 앱도 등장했습니다. 지출 행태를 분석해서 돈을 아껴서 투자하는 방법을 공짜로 알려주는 봉사도 해줍니다. 간이 나쁜 사람이 술집에서 자주 전자결제를 하면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봉사도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