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북한의 전자결제법 규정을 해석해 보는 시간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채택한 전자결제법, 1조에서 26조까지 규정이 나와 있습니다. 1조는 전자결제법의 사명, 현금 유통량을 줄이고 무현금 유통량을 늘인다는 내용인데요, 지난 주에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2조에서 전자결제수단에 컴퓨터와 손전화 뿐만 아니라 금융카드, 자동현금출납기가 속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3조에서는 은행의 전자결제체계 뿐만 아니라 기관, 기업소, 단체가 운영하는 전자지불 봉사체계까지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늘은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전자결제사업은 중앙은행과 해당 기관이 지도한다고 돼 있는데요, 해당 기관이 어디인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법을 제정하는 데는 규정을 자세히 정해서 오해와 혼란의 소지를 줄이겠다는 뜻도 있을텐데, 이렇게 해당 기관이라고만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관련 규정이나 법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도 방법인데, 그것도 안 보입니다. 중앙은행이 중심이 돼서 지도한다고 이해하면 되겠죠.
조선중앙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자결제 사업을 지도하는지 알아볼까요. 조선중앙은행은 은행과 은행 사이의 전자결제를 보장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여기에 가입하려는 은행들을 심사해서 승인해주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리고 전자지불 봉사체계를 만들어서 운영하려는 기관, 기업소, 단체에 대한 허가권도 조선중앙은행에 있습니다. 따라서 전자지불 봉사체계 운영단위는 중앙은행이 승인한 범위 안에서만 전자지불 봉사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때에 보장해야 합니다.
전자지불 봉사체계를 이용하는 단위는 중앙은행에 등록해야 합니다. 전자결제를 이용하는 은행과 기관, 기업소, 단체, 공민은 금융 봉사료를 내야하는데, 그 봉사료도 중앙은행이 결정합니다. 은행과 기관, 기업소, 단체가 지켜야 하는 전자결제 회계절차와 방법도 중앙은행이 정합니다. 전자결제체계에 쓰이는 정보설비도 중앙은행과 해당기관에 등록해야 합니다. 정보설비를 바꿀 때도 중앙은행과 해당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북한의 전자결제법은 조선중앙은행이 전자결제 사업을 어떻게 지도 관리하는지 규정한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다른 나라들의 중앙은행은 통화량 조절에 역할을 집중하고 전자결제는 금융행정 기관이 담당합니다. 전자결제에 대한 관리감독을 행정봉사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거죠. 한국의 경우는 금융위원회가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흔히 전자결제라고 하면 개인이 전자거래로 물건이나 봉사를 구입하고 그 값을 치르는 것으로 많이 이해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전자금융거래법을 보면 전자금융거래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이용자 보호에 대한 조항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전자결제를 통화량 조절, 그러니까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자결제법의 사명을 “현금 유통량을 줄이고 무현금 유통량을 늘이며 화폐유통을 원활히 하는데 이바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걸 뒷받침합니다. 북한이 전자결제를 통해 통화량 조절과 관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나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