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달력'입니다.

2021년 새해 달력 받으셨나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달력도 있고, 기관별로도 홍보 목적으로 달력을 많이 만드는 것으로 압니다. 고려항공에서는 승무원들의 사진을 담은 달력이 나오고, 백두산과 북한의 음식 사진을 담은 달력들도 봤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달력은 종이 한 면에 인쇄를 하는데, 북한 달력은 주로 양면을 쓰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싼 달력 종이를 아끼려면 그런 방법이 낫겠죠. 예전에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기초에 교과서를 받으면 철지난 달력 종이로 책표지를 쌌습니다. 달력 종이로 한 겹 더 싸두면 책표지가 쉽게 닳거나 찢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달력 종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니까, 올해 북한에서는 주민들에게 달력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로 국경이 막히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달력 인쇄에 필요한 물자가 부족해지고 달력 보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년같았으면 지난해 12월에 각 기관과 단체를 통해서 달력이 보급됐는데, 올해는 열두 달을 한 장에 담은 연력마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 한 장짜리 달력도 북한돈 2~3천 원을 줘야 하니까, 값이 싸지는 않네요. 사진이 담긴 화보 달력은 많게는 3만 원을 줘야 사는데, 아무래도 일반 주민들이 사기는 어렵겠죠.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비싼 달력들이 있습니다. 인기 연예인들의 사진이나 멋진 풍경을 담은 달력들은 작품처럼 벽에 걸어두고 보는 거죠. 비싼 건 20~30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 달력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 기업이나 기관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공짜 달력을 많이 쓰죠. 그나마 이런 공짜 달력도 요즘에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능형 손전화의 달력 앱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달력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나눠줘도 쓰지 않는 달력을 찍을 이유는 없겠죠.

북한도 지능형 손전화가 보급되면서 인쇄된 달력 보다는 달력 앱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을 겁니다. 북한에서는 달력이란 말 대신 '력서'라는 말을 쓰더군요. 지능형 손전화에도 '력서' 앱이 깔려있습니다. 사진, 녹음기, 사전 같이 손전화에 기본으로 깔려있는 앱입니다.

저는 손전화를 쓰기 시작하면서 가족들 말고는 다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거의 외우지 않고 있습니다. 손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굳이 외울 필요가 없죠. 마찬가지로 제 개인일정도 중요한 몇 개를 빼고는 자세한 내용을 외우고 다니지 못합니다. 손전화 달력에 자세히 일정을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안별로 다른 색깔을 지정해서 한눈에 보기 쉽게 할 수 있고, 매주 혹은 매달, 매년 반복되는 일정도 저장해 놓을 수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의 달력 앱은 날씨, 이메일 앱과 연동해서 쓸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의 날씨가 달력에 숫자와 그림으로 표시됩니다. 자기가 사는 곳의 위치를 지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연결되는데요, 예를 들어 제 손전화의 달력 앱에서 1월26일 화요일을 열면 숫자 6과 1, 해와 구름, 눈 비가 겹쳐진 그림이 나옵니다. 이 날 워싱턴의 최고 기온은 섭씨 6도, 최저 기온은 1도, 맑은 뒤에 비와 눈이 섞여서 내린다는 뜻입니다. 이메일로 행사 알림 소식이 오거나 내가 직접 행사 내용을 이메일 앱에 올리면, 지능형 손전화의 달력 앱에 행사 제목과 날짜, 시간이 그대로 동기화 돼서 올라갑니다. 내 손안에 아주 꼼꼼한 개인비서가 있는 셈이죠. 1년 전에 어디서 무얼 했는지 궁금하다면 달력 앱을 열어서 기록을 보면 됩니다. 친구나 지인들과 내 일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이메일을 보내서 초대하면 됩니다. 물론 이런 기능들은 내 개인정보가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고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