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입니다.
얼마전 북한 관영매체들이 12월15일 품질메달 수여식 소식을 전했습니다. 국산화, 현대화, 품질 향상의 노력을 인정받은 최우수 제품들이 네 개 선정됐는데요, 김일성종합대학의 첨단기술개발원 정보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화상회의 체계 ‘락원’이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 제품을 더 많이 연구개발하자는 격려의 말도 시상식에서 나온 걸 보면, 락원에 대한 북한의 자부심이 대단해 보입니다. 첨단기술개발원이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도 이 메달을 받았습니다.
12월15일 품질메달은 2015년에 제정된 새로운 품질 기준입니다. 그 전에 ‘2월2일 제품’이라고 해서 우수 제품들에게 주는 상이 있었는데, 12월15일 품질메달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제품들에게 시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산화, 현대화, 품질 향상이라는 북한 과학기술계의 당면 과제를 잘 해결한 제품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화상회의 체계 락원이 그런 일을 해냈다는 거겠죠.
락원은 ‘모바일 북한’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요, 2012년 노동신문에 처음 언급되었고 2019년 쯤에 북한 전국에 보급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화상회의 체계가 마련돼 있었다는 건데요, 덕분에 북한은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서도 원격회의와 원격교육, 원격 의료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도 화상회의 체계 락원이 이렇게 큰 일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전세계를 휩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습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전세계가 몇 년 동안 쩔쩔매고 살았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의 첨단기술개발원이 정말 고마운 존재일 겁니다.
첨단기술개발원은 2014년에 세워졌는데요, 정보기술 뿐만 아니라, 나노기술, 생물공학, 재료공학, 기계전자기술 같은 핵심 기초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일체화, 지식 경제 시대의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는 북한의 과학기술 부문 핵심 과제에 걸맞게 첨단기술개발원은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락원과 같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과 컴퓨터 보안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전국적인 보건정보망도 구축해서 방역사업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정보산업성이 지난 해 주최한 전국 정보화 성과 전람회에 김일성종합대학의 첨단기술개발원 정보기술연구소가 참가해서 소프트웨어 생산관리 종합체계와 얼굴 생체정보 인식체계를 출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과 한국도 유수한 대학에 연구소들을 세워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창의적인 연구환경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건데요, 국가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기업들도 장기적인 목적을 두고 대학 연구소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 백신을 공동개발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혁신과 기술개발을 대학이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겠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