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손전화 기지국과 전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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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 손전화 기지국과 전력난’입니다.

올 겨울 북한의 전력난이 심각한가 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손전화 기지국에 전기공급이 안돼서 손전화 통화가 제대로 안 되는 곳들이 있습니다. 전화를 걸면“봉사구역이 바뀌어서 전화를 할 수 없습니다”이런 녹음 알림이 나온다고 하는데요, 근처 기지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는 기지국은 너무 멀어서 손전화 전파가 닿지 않을 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전해 온 소식인데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북한의 전력난은 만성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는 참 곤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손전화는 북한 주민들 뿐만 아니라 당과 행정기관 관료들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통신수단이 돼 버렸습니다. 공무용으로 지급되는 손전화도 꽤 있을텐데요,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지능형 손전화를 갖고 있어도 소용이 없게 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서 대면접촉을 피하고 손전화로 연락하려는 사람들은 답답할 겁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손전화 통신요금으로 걷어들이는 수입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손전화를 활발히 사용해야 통신요금도 많이 낼텐데, 손전화 전파가 안 잡히면 사용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력난으로 기지국 작동이 안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북한 당국의 수입도 더 줄겠죠.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 때문에 주민들의 장마당 활동도 위축되고 수입이 줄면서 손전화 사용량도 줄었는데, 기지국 문제 때문에 아예 손전화를 쓸 수 없다면 당분간 손전화 사용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긴급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태양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비와 비상 밧테리를 기지국마다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건데요, 중국과의 무역이 다시 열리지 않는 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워 보입니다. 태양광 집열판이나 밧데리 모두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니까요.

손전화 기지국은 인구밀집 지역일수록 조밀하게 설치합니다. 기지국마다 전파가 닿을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에 전파가 못 미치는 애매한 지역이 없도록 담당 지역을 약간 겹치게 하는 거죠. 그러면 사용자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손전화를 쓰더라도 중간에 끊김없이 매끄러운 손전화 봉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고출력의 기지국을 높이 세워서 넓은 지역을 담당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기지국을 조밀하게 설치하는 것 보다 비용이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악지방 보다는 평지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높은 건물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고출력의 높은 기지국은 기술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지국에서 멀리 사는 사람들은 신호가 잘 안 잡힐 수 있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 중간에 신호 끊김 현상도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평소에 기지국을 유지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요, 기지국에서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손전화 사용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리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