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지능형 손전화 교체 주기’입니다.
손전화가 북한에 보급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2000년대 초에는 2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됐는데, 손전화도 지금 수준에서 보면 볼품이 없고 기능도 별로 없었습니다. 조그만 화면에 자판도 작고 음성통화와 통보문 기능 위주였습니다. 지금은 북한도 지능형 손전화를 쓰는 사람이 많아졌을 겁니다. 중국산도 있고 북한에서 생산한 손전화도 꽤 많이 퍼져 있겠죠. 평양의 멋쟁이들은 남들 앞에서 보란듯이 최신 지능형 손전화를 꺼내서 이런저런 기능을 열어보고 있을 겁니다. 정말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는데요, 돈 많은 사람들은 지능형 손전화가 새로 나오면 큰 돈을 주고서라도 기어이 사고 말 겁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보통 지능형 손전화를 2년에 한 번씩 바꿉니다. 일반인들은 1천 달러 정도 하는 새 지능형 손전화를 일시불로 사기가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손전화 생산업체와 이동통신사들도 이걸 알기 때문에 2년 정도 동안 나눠서 낼 수 있게 해줍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2년 동안 고객을 묶어둘 수 있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습니다. 이게 다 여러 회사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면 이런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겠죠.
그래도 산 지 2년밖에 안 된 지능형 손전화를 버리고 굳이 새 걸 살 필요가 있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죠. 그래서 그동안 쓰던 지능형 손전화의 값어치를 인정해 주고 새 지능형 손전화와 교환해 주는 형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새 지능형 손전화를 좀더 싸게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저런 편의를 봐준다고 해도 새 지능형 손전화를 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특히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서 생활이 빠듯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식과 유흥비를 줄이고 택시보다는 버스를 타고, 식료품도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끼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멀쩡한 지능형 손전화를 뭐 하러 바꾸냐, 한 푼이라도 아끼자, 지금 쓰고 있는 지능형 손전화로도 충분하다. 이런 생각으로 버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해 전세계 지능형 손전화의 평균 교체주기는 3년 7개월로 추산되는데요 역대 최장 수준입니다.
중국도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지난해 지능형 손전화 출하량이 2억 8천만 대를 기록했는데, 2021년보다 14%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10년 만에 최저수준입니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크게 반전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주머니 사정은 계속 안 좋고, 지능형 손전화 가격은 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새롭고 신기한 기능이 추가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새 전화기를 살 필요가 있겠냐, 이런 분위기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도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신형 지능형 손전화 소식이 뜸합니다. 지난 해 마두산과 삼태성 손전화가 북한 잡지에 잠깐 소개되기는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도 경제가 안 좋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새 지능형 손전화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당국의 보안 정책을 피하기 위해서 구식 손전화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최근에 나온 지능형 손전화일수록 보안체계가 더 강력해서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