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열성독자와 과학기술보급실’입니다.
북한 예술영화 ‘열성독자’를 봤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에 들어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업반장은 틈만 나면 과학기술보급실을 찾는 열성독자입니다. 공장 사람들에게 그렇게 소문이 나 있지만, 사실은 장기게임에 중독된 사람입니다. 집에서도 아내가 식탁에 밥상을 차려 놓았지만 지능형 손전화로 장기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핀잔을 주지만 오히려 이게 다 작업반을 잘 이끌기 위한 지능단련이라고 큰 소리를 칩니다.
과학기술보급실에서도 이 버릇을 감추지 못합니다. 다들 진지하게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작업반장은 눈치를 봐 가며 장기게임을 합니다. 그러다 장훈, 한국에서는 장군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소리가 컴퓨터에서 나오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소리인가 돌아다봅니다. 작업반장은 얼른 장기게임을 닫고 국가망에 올려진 자료를 찾는 척 합니다. 이렇게 과학기술보급실의 가짜 열성독자로 살던 작업반장은 공장의 성형기가 고장나서 쩔쩔매다가 진짜 열성독자인 청년 작업반원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고 그동안의 행실을 반성합니다.
‘열성독자’는‘이런 현상을 없앱시다’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여러 단편영화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가와 사회, 이웃에 불편함을 주고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던 사람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다는 내용들인데요,‘열성독자’는 과학기술보급실을 원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북한 주민들에게 과학기술보급실의 진정한 열성독자가 돼서 기술의 주인, 시대의 주인이 되자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보급실의 열성독자가 되는 것은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과학기술인재 대열에 더 빨리 들어설 수 있는 결정적인 고리라고 강조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단편영화‘열성독자’에서는 이런 장면도 나옵니다. 아이들이 버스 안에서 문제를 내고 알아 맞추는 놀이를 하는데, 자립경제 발전의 기본동력이 뭐냐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소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옆에 앉아 있던 작업반장에게 아저씨는 아냐고 물으니까 슬쩍 전기라고 가르쳐줍니다. 하지만 정답은 인재와 과학기술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손전화가 얼마나 파고 들었는지도 잘 보여줍니다. 작업반장은 손전화를 잠시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데요, 심지어 밤에 잘 때도 손전화를 귀에 대고 자고 깨어나서도 장기게임을 한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듣습니다. 작업반장을 맡고 있는 어른이 이 정도이면 어린 아이들과 청년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기계고장의 원인을 몰라 쩔쩔 매던 작업반장은 작년에 공장에 직접 와서 통합생산체계를 세워줬던 기계대학 연구사를 찾습니다. 기계대학에 연락해봤지만 연구사가 건재공장에 나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 사람의 손전화 번호라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건재공장 입구에서 연구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이 많은 남성이 아니라 젊은 여성이 오는 걸 보고 확인차 손전화를 겁니다.
손전화를 들고 걸어오던 젊은 여성은 바로 전화를 받습니다. 같은 이름의 연구사가 같은 대학에 또 있었던 겁니다. 손전화를 아주 편하게 이용하는 모습이 미국, 한국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