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코로나 백신과 손전화'입니다.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기세가 많이 꺾였습니다. 연말연시에 사람들의 모임과 접촉이 늘고 경각심이 해이해지면서 미국이나 한국, 유럽에서 감염자가 급증했지만, 1,2월을 지나면서 크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나타면서 각국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고위험군의 사망율이 크게 줄고 있습니다.
문제는 백신 생산이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1억 명이 조금 넘습니다. 전세계 인구의 2%도 안됩니다. 미국은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데요, 백신 접종률은 13%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10명 중에 1명 정도가 백신을 맞았다는 거죠. 속도가 좀 더디기는 하지만 올 여름이 지나기 전에 미국인의 70~80% 정도가 백신 접종을 마쳐서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백신 접종 대기자들이 워낙 많아서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 접종을 해서 정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텐데요, 그래도 우선 순위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 종사자들 같은 필수요원들과 고령층의 고위험군이 먼저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그럼 대체 내 순서는 언제 오는 거냐, 이런 질문이 나오겠죠. 그 대답은 지능형 손전화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각 주정부는 인터넷으로 백신 접종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로 제가 사는 버지니아 주정부 웹사이트에 들어가 볼까요. 현재 1순위인 의료 종사자와 장기 요양시설 입원자, 2순위인 필수요원, 65세 이상 고령자, 기저질환자들이 현재 백신 접종을 맞고 있다는 안내문이 표로 나와 있습니다. 버지니아 주 안에서 지역별로 어느 순위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있는지도 도표와 지도로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내가 정확히 어느 순위에 들어가는지 알고 싶으면 문답식으로 된 안내를 따라가면 됩니다. 먼저 내가 사는 지역을 선택하면, 각종 장기 요양시설의 목록이 나오면서 여기에서 일하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아니오를 선택하면 각종 의료 직종의 목록이 나오면서 당신 직업이 맞냐고 묻습니다. 아니오를 선택하면 경찰, 소방관, 초중고등학교 선생님 같은 필수인력 목록에 해당하냐고 묻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대답해 나가다 보면 직업과 나이, 건강상태에 따라서 내가 어느 순위에 해당하는지 결과가 나옵니다.
우선순위에 들어가면 당장 접종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손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이런 인적 사항을 입력하면 이메일로 예약 접수를 확인하는 안내문이 옵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돌아오면 이메일이 또 오는데요, 이메일에서 안내해 준 사이트로 들어가면 원하는 백신 접종 날짜와 시간, 장소를 고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행되면 접종 여부를 증명하는 자료도 손전화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공공시설이나 식당, 극장,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사람들을 들여보낼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도 여권과 비자에 더해서 손전화 앱으로 받은 백신 접종 증명서도 제출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할텐데요, 힘있는 순서대로가 아니라 합리적인 우선순위가 지켜질지 두고 볼 일입니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누구나 손전화로 자기 차례를 확인하고 접종 예약까지 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돼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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