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과학기술보급실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과학기술보급실’입니다.

지난 주에 다룬 북한 단편영화‘열성독자’기억하시죠. 과학기술보급실의 가짜 열성독자 얘기였는데요, 오늘은 과학기술보급실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은 과학기술전당을 중심으로 중앙기관들과 각 시도를 연결하는 과학기술 정보 공유망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평양에 있는 과학기술전당에 과학기술 자료기지를 구축해 놓고 전국 각지에 과학기술 정보를 보급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든 겁니다. 컴퓨터와 손전화 보급률이 낮은 북한으로서는 각 가정에서 중앙의 자료기지에 접속할 수 있게 하기는 힘들 겁니다. 가정에서 국가망에 접속할 수 있으려면 기반시설 투자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고 보안체계를 유지 관리하는 데도 부담이 생기겠죠.

주요 거점들로는 도마다 설치한 과학기술도서관, 시와 군의 미래원, 기관들의 전자도서실, 과학교육부문의 정보열람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기업소와 공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과학기술보급실은 생산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전자도서실은 주로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합니다. 류경안과종합병원의 과학기술보급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전자도서실로 바뀐 사례를 보면, 두 시설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병원의 의료전문가들은 의학 전문 자료가 필요한데, 과학기술보급실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니 전자도서실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두 시설의 기본 장비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고, 접속할 수 있는 정보체계가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기술보급실은 근로자들이 짬시간에 들어가서 원격강의를 듣거나 전자도서를 열람하고, 과학기술에 관한 정보도 교류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북한 신발공장의 과학기술보급실을 소개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큰 방에 책상과 의자를 구비해서 북한산 아침 컴퓨터를 설치해 놓았더군요.

북한 관영매체는 수많은 과학기술 자료들이 중앙의 자료기지에 계속 축적되고 있고, 전국 각지의 과학기술보급실에서 근로자들이 선진 과학기술과 전문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모범사례들도 수시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숙천청년과수농장의 경우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과학기술보급실을 운영하다가, 짬시간만 있으면 찾아오는 열성독자들 때문에 운영시간을 계속 늘려 나갔고, 과학기술보급실을 찾는 근로자들의 수가 계속 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지난 달에도 여러 건의 사례들이 소개됐습니다. 금산포젓갈가공공장, 경성도자기공장, 원산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이렇게 종류도 다양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북한이 과학농업, 농업의 정보화를 강조하면서 농업부문의 과학기술보급실 운영이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모범사례들이 있다면, 개선이 많이 필요한 곳들도 있겠죠. 북한 관영매체들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설과 장비만 설치해 놓고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단위 책임일꾼들이 밑에서 올라온 과학기술보급실의 운영계획을 검토만 하지 말고 직접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연구를 해서 개선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중요해 보입니다. 형식적으로 과학기술보급실을 운영하는 농업단위들에서는 과학기술이 생산에 도입되는 비율이 낮아서 연구성과들이 생산현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북한 관영매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과학기술보급실을 모든 노동자들이 거쳐야 하는 야전학교로 부릅니다. 새 세기 산업혁명의 기반을 생산단위에서 다지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만,‘공용 컴퓨터가 설치된 방’이상의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확실한 동기부여와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