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방수 손전화기 릉라도’입니다.
북한에서 물 속에 빠져도 작동에 문제가 없는 지능형 손전화기가 출시됐습니다.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 ‘NK 경제’에 따르면, 북한의 영어잡지 ‘해외무역’에 릉라도라는 이름의 새 손전화기가 소개됐습니다. 자세한 사양이 궁금하지만, 더이상의 정보는 ‘해외무역’에 나와있지 않았나 봅니다. 대신 광고사진이 하나 올려져 있는데요, 아마도 릉라도 출시에 관한 기사가 실리지는 않았고 이 광고사진이 전부인 모양입니다.
광고사진을 보면 물에 이제 막 빠진 릉라도 손전화기의 모습이 보입니다. 물 속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걸 한눈에 보기 좋게 광고하는 거겠죠. 광고를 보면 망치로 손전화를 때리는 듯한 작은 그림도 있습니다. 망치로 때려도 깨지지 않는다, 이런 뜻이겠죠. 그만큼 충격에 강하다는 걸 선전하고 싶었나 봅니다. 물방울이 손전화에 떨어지는 작은 그림도 있습니다. 물 속에서도 끄떡없으니 손전화에 물이 떨어지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릉라도는 아주 단단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검은색의 틀 속에 절반은 화면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판입니다. 요즘 나오는 지능형 손전화는 전체가 다 화면인데, 바닥에 떨어뜨려서 화면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 못 쓰게 된 경우가 많죠. 화면을 절반으로 줄이면 아무래도 그런 피해는 많이 줄겠죠.
외부에서는 북한이 이런 상업적 광고에 공을 들이는 것을 흥미로운 움직임으로 봅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뭔가 자본주의 냄새가 나는 변화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릉라도의 경우는 영어잡지에 소개됐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 주민들이 아니라 영어를 이해하는 외국인들이 대상입니다. 그래서 광고에 더 신경을 썼을텐데요, 한국이나 미국의 광고와는 좀 달라 보입니다.
보통 광고에서는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새 제품의 이름을 광고에 크게 넣죠. 그런데 릉라도의 경우는 손전화에 새겨져 있는 흰색의 릉라도라는 글씨가 전부입니다. 자세히 봐야 이게 릉라도라는 이름의 손전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신 릉라도 개발사인 룡성무역회사를 빨간색 글씨로 눈에 띄게 넣고, 그 밑에 주소와 전화번호, 전자우편 주소를 넣었습니다. 여기에 연락하면 방수 손전화기를 살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겠죠.
이렇게 광고만해서 릉라도가 과연 잘 팔릴지는 모르겠습니다. 방수 기능에 충격에도 강해서 야외활동에 갖고 다니기에 좋아 보이기는 한데, 요즘 지능형 손전화들은 방수 뿐만 아니라 방진, 그러니까 먼지가 전화기 안에 들어가는 것도 막아주는 기능까지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 사후봉사 원인 가운데 3분의 1이 침수피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방수 기능은 이미 10년 전쯤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방수 기능을 위해서 멤브레인이라는 소재가 들어가는데요, 물방울 보다 작은 크기의 구멍이 뚫린 소재라 먼지와 물을 막고 공기만 통과시킵니다. 손전화기의 충전용 구멍에는 고무 소재의 방수 실리콘을 씁니다. 이렇게 화면도 큰 지능형 손전화가 방수와 방진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릉라도처럼 투박한 모양의 손전화를 굳이 사려면 그만큼 가격이 많이 낮아야겠죠. 가격 뿐만 아니라 방수와 충격 흡수 기능이 보통 지능형 손전화 보다 얼마나 더 강력한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입니다. 여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릉라도가 어떤 고객들을 겨냥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사태 이후로 새로 지능형 손전화를 출시했다는 소식이 별로 없습니다. 마두산과 삼태성 손전화가 북한 잡지에 소개된 정도 뿐인데, 자세한 사양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릉라도가 북한의 손전화 생산 전략에 변화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