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원격교육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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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원격교육법’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주 원격교육법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원격교육법은 지난 2020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됐는데요,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격교육법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북한 당국이 이 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겠죠. 전민과학기술인재화, 모든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 지식형 근로자, 이런 열쇠말이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으로 기사를 시작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법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내각기관지인 민주조선에서도 작년 봄에 원격교육법을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법이 채택된 2020년에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법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최고인민회의에서 원격교육법이 채택된 사실과 이 법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서만 설명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에서 보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어쨌든 늦게나마 법 내용을 반복해서 자세히 소개하는 건 이 법을 철저히 지켜서 원래 목표를 달성하자는 뜻으로 보입니다.

원격교육법에서 눈에 띄는 대목들을 짚어볼까요. 먼저 사회 모든 성원들이 일하면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법 취지를 제1조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법의 적용범위를 대학에서 실시하는 원격교육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겁니다.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웬만하면 대학에 들어가려고 애를 씁니다. 물론 경쟁이 치열하지만 본인이 의지가 있고 능력이 되면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개인의 진로를 결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한국 대학생 수는 2백50만 명 정도였는데요, 인구 1만 명당 5백 명이 넘습니다. 반면 북한은 일반 주민들이 중등교육을 마친 뒤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군대에 가거나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학생 수가 인구 1만 명당 2백 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절반도 안되는 거죠. 이것도 농장대학, 공장대학, 어장대학을 포함한 수치가 그렇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앞세워 원격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대학에 갈 기회가 없었던 일반 근로자들에게도 일하면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겁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런 제도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원격교육을 제공하는 국가망에 접속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죠.

먼거리를 오갈 필요도 없고, 방송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출 필요 없이 녹화된 영상과 디지털 자료들로 교육받을 수 있습니다. 실시간 교육을 받으면서 질의응답까지 할 수 있는 건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런 취지와 배경에 맞게 원격교육법에서는 전국의 모든 부문과 지역, 단위에서 원격교육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전민과학기술인재화가 이뤄지려면 부문과 지역, 단위에서 과학기술 교육의 격차가 벌어지면 안되겠죠. 원격교육을 통해서 이 격차를 없애겠다는 게 북한 당국의 구상으로 보입니다.

이 구상대로 원격교육이 실현되려면 산간마을까지 정보통신 기간시설과 장비가 들어가야 합니다.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도 확실히 이뤄져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짬시간에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도 해줘야겠죠. 다음주에도 북한 원격교육법에 대해 더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