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러시아와 북한의 V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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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러시아와 북한의 VPN’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한 달 가까이 됐습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숨진 사람들과 폐허가 된 도시들,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참상, 이런 모습들이 전세계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은 러시아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 안에서도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방송에서 저녁 뉴스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방송국 직원 한 명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적은 큰 종이를 들고 뉴스 진행자 뒤로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이 장면이 전세계로 전해지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거리와 인터넷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사회관계망에서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글과 사진, 동영상이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뉴스를 내보냈지만, 인터넷에 접속하면 이와 대비되는 서방 언론들의 보도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응해서 러시아 정부는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민들이 인터넷에서 외국 언론매체와 사회관계망 접속을 할 수 없도록 해버린 겁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사회관계망에서 활발한 정보 교류를 하던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정책이 있으면 국민들은 대책이 있는 법입니다. 러시아에서는 가상사설망, 영어로 VPN이라고 줄여서 부르는데요, 이 방법을 통해서 당국의 인터넷 통제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VPN을 쓰면 인터넷 접속의 행적을 암호화해서 다른 사람에게 내 위치정보를 숨길 수 있습니다. 마치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처럼 보일 수게 해주는 겁니다.

해외 VPN 제공업체들은 러시아 국민들의 VPN 사용량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비해 많게는 10배 정도 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VPN 앱을 내려받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는데요, 일부 업체들은 러시아인들이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러시아에서 접속하는 사람들에게 10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VPN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보안업체가 북한의 인터넷 사용을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일반 주민들은 광명망이라는 인트라넷에만 접속할 수 있고 인터넷은 일부 특권층이나 군과 정보기관, 해외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 연구기관 같은 곳에서 접속할 수 있죠. 그런데 인터넷 접속자들 중에서 서방에서 제공하는 이메일과 사회관계망 봉사를 이용하고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행적을 숨기기 위해서 미국의 VPN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독자적으로 VPN을 만든 사실도 드러났는데요,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거나, 인터넷 상의 금융범죄, 사이버 공격에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소행임을 숨기는 데 사용한 것이죠.

인터넷은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불립니다.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정보의 바다가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