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통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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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우크라이나 사태와 통신망’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요, 집과 아파트, 학교, 극장, 심지어 병원까지 부서지고 무너진 모습이 전세계에 전해졌습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식량이 바닥난 곳들도 많습니다.

통신시설도 러시아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러시아 군의 포탄을 무릅쓰고 파괴된 통신시설을 복구하는 기술자들의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헤어진 가족과 연락하고 전황과 바깥 소식을 들을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진다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은 더 커질 겁니다. 한국 뉴스를 보니까 한국에 나와 있는 우크라이나 대학생이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현지에 있는 부모님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울먹이는 장면이 나오던데요, 전쟁 중에도 손전화와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큰 위안이 되겠죠. 그래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통신 기술자들을 이번 전쟁의‘숨은 영웅들’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습니다.

전쟁 전까지 서로 경쟁하던 우크라이나 통신회사들은 힘을 합쳤습니다. 각자 별개로 움직이던 통신망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공격으로 기지국들이 파괴되더라도 남아 있는 다른 회사 기지국들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시설 복구에 투입되는 인력도 공유하고 있어서 복구 작업도 더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국 통신회사들이 장비를 보내주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위성 인터넷 봉사를 무료로 해주는 회사까지 나타났습니다.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로 유명한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뤄진 일인데요, 머스크 회장이 스페이스 X라는 인공위성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스페이스 X는 지구 저궤도에 소형 위성들을 쏘아 올려서 고속 광역 인터넷 통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천 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2027년이 되면 2만 개 가까이 될 거라고 합니다. 북한에 고려링크가 있듯이, 스페이스 X는 스타링크라는 이름으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은 통신망이 잘 깔려 있기 때문에 굳이 스타링크 봉사가 필요 없겠지만, 통신망이 닿지 않는 외딴 지역이나, 산골 마을, 사막, 섬, 바다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위성접시를 설치하면 간편하게 통신 봉사를 받을 수 있는데요, 봉사 요금으로 한 달에 99달러를 내야하고, 위성접시를 사려면 5백 달러를 내야 합니다.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요금이 꽤 비싸지만, 스페이스 X는 전에도 화산폭발 피해를 입은 섬나라에 무료 인터넷 봉사를 해 준 적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위성접시도 지원하고 있는데요, 수만 명이 스타링크의 무료 인터넷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때 북한 주민들에게도 무료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대형 풍선이나 무인기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기술적인 한계로 진전이 없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봤듯이 소형 인공위성이 현재로서는 더 현실성 있는 기술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위성접시를 바깥에 달면 북한 당국의 감시망에 금방 잡힐 수 있고, 위성신호가 탐지되면 수신자의 위치가 드러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