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국제유가와 연유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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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국제유가와 연유 딱지’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 원유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원유가격은 수요와 공급 사정 이외에도 정치경제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산유대국인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국제시장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조치를 단행하면서 전세계 공급물량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국제유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으로 국제유가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아직은 불안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국제유가가 뛰면 원유를 정제해서 만들어진 연유도 값이 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미국 워싱턴 지역은 최근 들어 갤런당 4달러 40센터 정도까지 올랐는데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 비해 1 달러나 올랐습니다. 북한도 연유값이 뛰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초보다 연유값이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물론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값이 크게 뛴 영향도 있지만, 원유와 정제유를 모두 수입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국제유가 급등세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특히 중국에서 들여오는 정제유 값이 제일 큰 변수인데, 요즘같은 상황에서 중국 측이 인심 후하게 북한에 정제유를 줄리 없겠죠.

연유값이 뛰면 얼마라도 더 싸게 연유를 살 수 있는 곳을 찾기 마련인데요, 지능형 손전화로 워싱턴 지역 연유공급소의 가격 동향을 아무리 살펴봐도 한번 올라간 연유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연유공급소 마다 가격차이가 크지도 않습니다. 대신 대형 할인상점의 연유공급소에서는 다른 곳보다 갤런당 몇 십 센트 더 싸게 팔고 있는데요, 이런 곳들은 차들이 큰 도로까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사정이 어떤가요?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연유값이 계속 오르면서 연유 딱지를 사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미리 연유 딱지를 확보해 두면, 연유값이 오르더라도 딱지에 적혀 있는 양만큼 살 수 있으니까요. 연유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미리 딱지를 받은 사람은 차익을 먹을 수 있겠죠. 그러다 보니 아예 딱지를 많이 확보해서 웃돈을 얹어 지방에 파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연유에 항공유를 섞어 팔거나 저질의 가짜 연유를 파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이렇게 해서 연유를 마지막 단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큰 돈을 줘야겠죠. 북한 연유값 오름세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연유 장사꾼들에게는 그동안 만들어 놓은 인맥과 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겁니다. 딱지를 직접 구할 수 있는 힘센 사람들과 미리 손전화로 연락을 자주 해야 할테고, 딱지를 넘기는 사람들은 누가 제일 좋은 값으로 살 수 있는지 신속하게 알아보는 게 중요하겠죠. 이러다 보면 딱지 암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면 살 사람이 없고, 너무 낮게 부르면 팔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물론 딱지를 언제 어떻게 주고 받을지도 손전화로 간단히 정할 수 있겠네요. 감시망을 피하려면 딱지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알 수 있는 은밀한 용어를 사용하겠죠.

이런 상황을 북한 당국도 눈치채고 있는지 요즘 중앙에서 지방 검찰소에 연유 장사꾼들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힘센 기관의 비호를 받고 장사하던 사람들을 가차없이 잡아들여 연유를 몰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보의 중요성은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