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전자 상업 봉사 체계 복리’입니다.
북한의 평양광명정보기술사에서 최근에 전자 상업 봉사체계 ‘복리’를 개발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했습니다. ‘복리’는 상업봉사 단위들이 그동안 이용하던 ‘우리 가정수첩’을 정보화 시대에 맞게 전자 상업 봉사 방식으로 바꿔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우리 가정수첩’이 도대체 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정춘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더군요. 정춘실은 1960년대에 자강도 진천공업상품점에서 일했는데, 그 때 만든‘우리 가정수첩’을 김일성 주석이 현지지도에서 보고 전국의 모든 상점에 도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우리 가정수첩’에는 상점 이용객들에 관한 정보가 자세히 기록됩니다. 손님들의 복장 치수, 신발 문수, 결혼과 회갑 날짜, 집안 대소사, 생활필수품 소비량을 미리 파악해서 거기에 맞게 가정마다 공급할 물건을 준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겁니다. 북한의 계획경제체제에서 생필품 공급과 관리의 모범사례로 꼽혔습니다.
전자 상업 봉사 체계 ‘복리’는 이 수첩을 더 발전시켜 컴퓨터망으로 옮겨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품 공급과 판매, 주문과 송달, 전자결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 거죠. 상업성과 인민봉사지도국, 상업 봉사 단위가 주민분류별 통계와 상품 공급, 판매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체계가 구축되면 비효율과 낭비, 부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주민들도 컴퓨터와 이동통신기기로 전자 상업 봉사체계 ‘복리’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상품을 열람해서 주문하고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에는 ‘만물상’이나 ‘앞날’같은 전자 상업 봉사 체계를 이용하려면 국가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해야 했는데,‘복리’는 그럴 필요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상업성에서는 상품 수요를 모두 종합한 뒤에 해당 상점에 공급 계획을 시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복리’는 평양의 4백 여개 상업 봉사 단위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점차 전국 주요 도시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정보화를 통해‘사회주의 상업의 본태를 살리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이 사업은 상업성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2022년 봄, 그러니까 1년 전쯤 전자 상업 봉사체계‘복리’를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북한 관영매체에 처음 나왔습니다. 그리고 1년만에 실제 도입해서 평양에서 운영하고 있는 거죠.
북한의 설명대로라면‘복리’는 상품 공급과 소비에 관한 정보를 당국이 한 손에 틀어쥐겠다는 뜻을 기술적으로 실현한 것입니다. 주민들의 소비 수요와 소비 행태를 한눈에 파악해서 지능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와 대북제재로 북한의 내부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경제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에 대한 당국의 통제와 장악력을 강화해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이런 의도를 짐작하고 있을텐데요, 과연 당국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그리고 ‘복리’가 전국적으로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품을 수요에 맞게 제때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