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입니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에서 과학농사에 대한 리 당위원회의 분발을 촉구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알곡 생산을 제대로 늘리려면 농사도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농장 근로자들이 선진 영농기술을 알고 있어야겠죠. 이게 제대로 되는 곳들은 모두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게 북한 당국의 판단입니다. 농장원들 뿐만 아니라 리 당비서가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의 열성독자가 돼서 과학적인 영농기술 전파에 힘쓰라는 주문도 했습니다.
북한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서 생산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아래 전국의 기업소와 공장, 농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들었습니다. 국가망으로 연결된 전국의 과학기술보급실에서 근로자와 농민들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과학지식을 빠르고 간편하게 배울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2016년 평양에 세운 과학기술전당을 자료기지의 중심으로 삼아서 전국의 과학기술보급실에서 접속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농장원과 근로자들이 일과를 마친 다음에 과학기술보급실에서 원격대학의 강의를 듣고 대학 졸업증까지 딸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과학기술보급실이 모두 잘 운영되기는 어렵겠죠. 여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꽤 있나 봅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과학기술보급실만 갖춰 놓고 시설의 유지관리에만 신경쓰는 농장들을 질타했습니다. 우리도 과학기술보급실이 있다, 이렇게 보여주기식으로만 운영하고 실속이 없다는 거죠. 과학농사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국가적인 체계를 갖춰도 소용이 없을 겁니다.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NK 경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3월 노동당 당원 학습자료에서 과학농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농업이 확고한 과학기술적 토대 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관영매체도 지난 주말 “주관적 욕망이나 뚝심만으로는 알곡고지를 점령할 수 없다”며 농민들이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로 무장한 지식형 농업 근로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의 운영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경험 발표회를 자주 열고 실물교육도 같이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지난 2020년초에도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의 운영을 계획화,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지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면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듯 합니다. 물론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농장들의 사례도 보도되고 있습니다. 농업대학들에서 원격교육 체계를 강화해서 농민들을 지식형 근로자로 변화시키고 있는 사례들도 보도됐습니다. 그러면서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의 운영은 농장원 근로자들과 일꾼들의 생각과 태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들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킬 경제적인 동기부여가 있어야겠죠. 그리고 지식과 기술만 알려주고 물자와 장비를 제때에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발전 ‘12개 고지’ 중 알곡을 첫 번째로 제시한 뒤, 두 달 만에 다시 전원회의를 열어서 농업문제를 집중 토론했습니다. 그만큼 농업문제가 북한에 절박한 문제라는 뜻일텐데요, 북한의 농업 과학기술보급실이 이 문제를 푸는 데 얼마나 역할을 할지 지켜 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