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손전화 감시 우회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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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손전화 감시 우회 기술’입니다.

북한의 손전화 이용자 수가 5~6백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벌써 몇 년 됐습니다. 그 사이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손전화 이용이 많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이제 손전화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전자기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처음에 손전화를 일반 주민들에게 보급하기 시작할 때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민주화 운동에서 손전화 음성통화와 통보문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동안 드러난 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손전화 단말기 판매금과 봉사이용료를 중요한 국가 수입원으로 쓰면서 손전화를 주민들에 대한 감시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는 주민들의 전자통신 수단이 역으로 감시와 통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겁니다.

북한 당국이 처음부터 정교하게 손전화 감시 체제를 마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손전화로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보고 듣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보안원들이 길거리에서 검열과 단속을 벌이고, 블루투스 파일 전송이 유행하니까 이 기능을 없애버린 걸 보면, 처음부터 미리 감시와 통제 계획을 짰다기 보다는 그때그때 대응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통제수단을 마련해서 북한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외부 정보를 손전화로 들여다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지능형 손전화가 보급될수록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동영상으로 보고 싶은 수요는 크게 늘겠지만 기술적으로 그 길목을 차단한 겁니다.

북한의 이런 손전화 감시와 통제는 외부에서 상당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 도입된 북한의 전자서명 체계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북한 당국의 전자인증을 받지 못한 파일은 아예 열리지 못하게 돼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도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손전화 사용자들에게 전자서명 체계를 강제로 깔게 했죠.

북한 손전화를 입수해서 이런 기술적 부분을 자세하게 밝힌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정보유입 단체 루멘의 전문가들도 그 중에 하나인데요, 최근에 보고서를 하나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생산한 지능형 손전화를 입수해서 단말기와 소프트웨어를 분석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전자서명 체계를 처음 도입했을 때는 특정 앱에 적용했지만 이제는 손전화 운영체제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진화했습니다. 특정 앱에만 전자서명 체계가 적용됐을 때는 웹 브라우저에서 파일을 열어서 간단히 감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 마저도 어렵게 됐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2017년에 내놓은 평양 2419부터는 USB로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막혀 버렸습니다. 손전화에 파일이 전송되더라도 형식과 전자서명이 맞지 않으면 파일은 삭제됩니다. 그리고 손전화에 깔린 열람리력 앱은 손전화가 켜져있는 동안 무작위로 손전화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삭제 불가능한 곳에 저장합니다. 보안원들이 이 사진들을 검열하면 손전화로 무엇을 열어봤는지 금방 들통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당국의 정책이 있으면 인민들은 대책이 있는 법입니다. 전자서명 체계가 깔린 손전화에서도 허가받지 않은 파일들을 열어볼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는데요, 참매와 비둘기가 대표적입니다. 아마 지금은 더 진화된 소프트웨어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겠죠. USB 전선으로 손전화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손전화에 까는 방법도 있습니다. 컴퓨터를 만질 줄 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방법인가 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