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투와 손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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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군투와 손전화'입니다.

손전화는 알겠는데, 군투는 뭐지. 군대 투쟁, 이런 뜻인가,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군투는 미투에서 나온 말인데요, 미투는 영어로 '나도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성폭행과 성희롱을 고발하는 사회운동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직장 상사들의 성폭행과 성희롱을 참고 살다가, 용기있는 여성들의 폭로를 보고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런 일을 당했다'며 하나둘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회운동이 돼 버린 겁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이 운동이 인터넷 사회관계망을 통해 폭발적으로 전개되면서, 이젠 전세계로 퍼졌는데요, 성폭행과 성희롱을 저지른 사람들을 고발, 처벌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약자인 병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그냥 참고 버텨야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젠 이걸 더이상 감추지 않고 폭로하는 운동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미투 운동에 빗대서 이걸 군투라고 부르는데요, 한국에서 최근에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사실 군대라는 조직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계질서가 확실하다 보니까, 내부 문제가 바깥에 알려지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병사들에게 손전화 사용을 허용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병사들이 여러가지 불만을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올리고, 이걸 본 사람들이 그 내용을 공유하면서 군대 내부의 문제들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 크게 문제가 된 건 휴가를 다녀온 뒤 부대에서 격리 생활을 해야했던 병사들의 급식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사태 때문에 부대 밖으로 나갔다 온 병사를 격리 조치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이들이 받은 급식이 너무 형편없었습니다. 김에 버무린 밥만 받았다는 병사도 있었는데요, 이걸 사진으로 찍어서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올렸습니다. 격리시설도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 해당하는 한국 국회도 이 문제 때문에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 국회의원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병사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북한도 이 보단 더 잘 해준다.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급기야 국방장관이 직접 공개 사과하고, 병사들의 급식비를 올리는 방안까지 나왔습니다. 부대 단위로 집단 휴가를 실시해서 그로 인해 비는 생활관을 격리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의 발단을 따지자면 병사들의 손전화 사용 허용이겠죠. 한국은 지난해 7월부터 일과시간 이후에 병사들의 손전화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대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수구가 담배꽁초로 막혔다, 침대 용수철이 망가져서 허리가 아프다, 훈련소에서 씻는 거는 물론이고 용변까지 통제한다, 이런 불만 사항들이 바깥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병사들의 손전화 사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손전화를 병사들의 복지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불법이기는 하지만 손전화를 사용하는 군 간부와 병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로 밀수나 부모와 연락하는데 쓰고 있죠. 전화돈을 다루면서 잠깐 이 주제를 얘기했는데요, 군 내부 문제를 전화통화에서 잠깐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전체가 알 수 있는 통로는 북한에 아직 없습니다. 처벌을 각오하고 군 내부비리를 공개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더 큰 문제는 군 내부의 비리를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