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원과 화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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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락원과 화상회의'입니다.

북한의 화상회의 프로그램 락원이 요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북한 매체들에 나타난 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찾아서 분석한 결과가 소개됐기 때문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북한도 대면회의 보다는 화상회의를 이용하는 추세인가 봅니다. 백신 개발이나 백신 수입이 여의치 않고, 감염자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화상회의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뀌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화상회의에 필요한 연결망과 시설,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겠죠.

먼저 락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잠깐 살펴볼까요.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락원 화상회의 화면이 나왔는데요, 맨 윗줄에 회의 안건이 나옵니다. 화면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왼쪽 윗부분에는 본인의 모습이 컴퓨터 카메라로 찍혀서 나타납니다. 그 바로 밑에는 화상회의에 들어온 사람들의 명단이 보입니다. 오른쪽 화면도 둘로 나뉘어 있는데요, 위에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바둑판 모양으로 하나씩 조그맣게 보입니다. 그 밑에는 참가자 수, 탈퇴 요청자와 요청 시간이 보이는데요, 화상회의 조작자의 화면으로 보입니다. 조작자가 아닌 일반 참가자들이 볼 수 있는 정보는 이보다 제한돼 있겠죠. 화면 바닥에는 참가자 목록 숨기기, 본문 대화, 비밀 대화, 문서 열람, 이런 기능들이 보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쓰이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은 줌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인데요, 줌에 있는 기본 기능들이 락원에도 대부분 있는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이 카메라를 조정해서 자기 모습이 보이게 할 수 있고 안 보이게도 할 수 있고, 마이크를 조정해서 내 목소리가 들리게 할 수 있고 안 들리게도 할 수 있는데, 락원에도 이런 기능이 보입니다.

참가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기능도 비슷합니다. 비밀대화, 그러니까 누구를 특정해서 그 사람하고만 대화하는 기능도 있는데요, 이게 과연 말그대로 비밀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줌의 경우에는 화면설정을 내가 원하는대로 하기 쉽게 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배경화면을 있는 그대로 둘 수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가상화면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속한 연구소의 이름으로 하는 화상회의에서는 배경화면을 연구소 문양과 이름이 나오게 합니다. 친한 친구들과 화상으로 만날 때는 뒤에 보이는 화면을 그대로 두거나 재미삼아 달과 별이 그려진 가상화면을 씁니다. 락원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설정 단추가 있기는 한데, 여기에 들어갔을 때 어떤 기능들이 있는지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줌에는 화면공유 기능이 있습니다. 회의 참가자들에게 내 문서나 자료를 보여줄 때 쓰는 기능입니다. 발표자료를 보여줄 수 있고, 사진과 동영상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락원의 문서 열람 기능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 확인은 어렵네요. 그리고 줌에는 녹화기능이 있습니다. 조작자나 조작자가 허락한 회의 참가자가 이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보안이 필요한 회의인 경우에는 이 기능이 제한될 수밖에 없겠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기능은 소회의실인데요, 회의 참가자들을 가상의 소회의실로 나눠서 따로 모이게 하는 기능입니다. 회의 중간에 그룹별 토론이 필요할 때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락원도 이 기능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북한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주요 회의에서부터 기상수문국회의, 전국기술혁신경기 총화, 학생들의 화상수업에까지 적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개선된 기능들이 락원에 추가되겠죠. 그리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사람과 기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통수단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렇게 갈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길을 열어 줄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락원은 여전히 북한 안에서만 쓸 수 있는 닫힌 프로그램입니다. 외국에 있는 사람들과 쉽고 편하게 화상으로 만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