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정보기술교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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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정보기술교류소’입니다.

북한에서 요즘 정보기술교류소가 지방에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전에는 주로 평양에 정보기술교류소가 밀집해 있었고 지방에는 각 도에 하나씩 밖에 없었지만, 몇 년 전부터 시, 군에도 정보기술교류소가 들어섰고 올해 더 늘어났습니다. 평안남도 덕천시의 경우 이달 초에 정보기술교류소가 또 생겨서 모두 다섯 곳으로 늘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서 정보기술교류소가 등장한 건 2012년부터입니다. 평안남도 정보기술교류소가 언급되었지만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원산수산대학, 김책공업대학에도 정보기술교류소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2014년에 가서야 교육지원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 봉사한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남포시의 정보기술교류소가 등장했습니다. 시 단위의 정보기술교류소가 보도된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반면에 대학 단위는 계속 보도가 나왔습니다.

지방 보다는 오히려 대학에 정보기술교류소가 더 활발히 세워진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아마도 대학에는 정보기술교류소를 운영할 수 있는 이공계 인력이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장려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이 정보기술교류소를 자체적으로 운영해서 기술개발과 연구, 수익 사업까지 알아서 하라는 거겠죠. 그만큼 중앙에서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을 겁니다.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정보기술교류소는 아마 삼흥정보기술교류소일 겁니다. 북한에서 손전화가 일반 주민들에게도 많이 보급되기 시작했던201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서 지능형 손전화기용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종합열람 프로그램‘나의 길동무’와 길찾기 프로그램인 ‘길동무’는‘모바일 북한’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인터넷에 접속해서 응용 프로그램을 지능형 손전화에 직접 내려받지 못하고, 정보기술교류소에 직접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지방에 사는 사람은 가까운 곳에 정보기술교류소가 없어서 더 불편했죠. 그런데 요즘에는 시, 군 단위에서 정보기술교류소가 늘고 있습니다. 시, 군에서 응용 프로그램 판매수익을 전보다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방 정부기관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판매액의 30%에서 70%로 올랐다고 하는데요, 한마디로 돈벌이가 되니까 시, 군 인민위원회에서 정보기술교류소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거겠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말로만 듣던 각종 지능형 손전화 응용프로그램을 직접 써볼 수 있게 됐으니 반가운 일일 겁니다. 젊은 사람들은 오락과 외국어 배우기 프로그램, 중년 여성들은 요리와 온실농사 배우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오락 프로그램은 북한 원화로 1만 원, 1달러가 조금 넘는 돈을 줘야 내려받을 수 있다는데요, 북한 기준에서 보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물론 정보기술교류소는 그만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손전화를 살 때처럼 응용 프로그램도 값이 비싸더라도 꼭 사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어려울 겁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친구나 동료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혹은 자랑하기 위해서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끊임없이 새 응용 프로그램을 사고 싶어할 겁니다.

그만큼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손쉽게 장사를 해서 돈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됩니다. 주민들의 정보욕구를 채워주면서 수익도 올리고, 공급하고 싶은 응용프로그램만 공급하는 정보통제의 기능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장마당에서 수많은 무료 응용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든 내려받을 수 있고, 유료 응용 프로그램은 개발자들이 서로 경쟁해서 가격인하 압력을 받는 외부세계와는 딴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