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코로나 사태 재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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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코로나 사태 재난방송’입니다.

북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확진자라는 용어 대신에 유열자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말그대로 고열이 발생한 사람들이 지난주 매일 20만 명 정도씩 새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250만 명정도가 유열자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전체 인구 10명 중에 1명 꼴인데, 실제 환자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증상 환자들도 있으니까요. 이런 환자들까지 파악하려면 제대로 된 검사를 해야 하는데 북한의 사정이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이렇게 감염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북한 전역이 봉쇄조치 아래 들어간 상황에서는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 어떻게 대응할지 궁리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방역 전문가들의 분석과 조언을 전달해서 감염 확산을 늦추고 주민들의 괜한 걱정과 불안을 없애 주어야 하겠죠.

저도 2년전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텔레비전 뉴스를 하루종일 시청하면서 상황을 주시했습니다. 화면 한쪽에는 신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누적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계속 떠 있었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리들의 대응책 발표가 실시간으로 방송됐습니다. 의학 전문가들도 수시로 나와서 국민들이 궁금해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북한도 조선중앙TV를 재난방송 체제로 바꿔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소식을 오전부터 방송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국가적 기념일이나 휴일이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 상황을 ‘건국이래 대동란’이라고 규정한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방송을 보니까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가 나와서 유열자와 완쾌자, 사망자 통계를 지역별로 자세히 설명하더군요. 연령별 사망자 수와 사망 원인도 구체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치료약을 제때에 보급하고 먹으면 안되는 약들도 주민들에게 잘 설명해야겠죠.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의 설명을 보면서 미국의 경우와 크게 다른 점을 발견했는데요, 방역 당국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방역당국이 기자설명회를 매일 열어서 새로운 정보와 대책을 내놓으면 곧바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습니다. 궁금한 사항들을 묻기도 하고, 방역당국의 설명과 현장의 상황이 다를 경우 매섭게 몰아부치기도 합니다. 당연히 당국자들은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고 노력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 매일 벌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검사 예약이 밀려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마스크가 동나서 구할 수가 없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이런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 정부나 이런 대규모 감염증 사태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있습니다. 언론과 국민의 따끔한 지적을 받으면서 솔직히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고쳐야 할 부분을 계속 고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도 방역당국을 신뢰하고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적인 대책과 그 대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쳐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에 대해서도 방역당국은 자세히 알려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김소영,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