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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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가정의 달'입니다.

벌써 5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아쉽지만 곧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넘게 되겠죠. 이곳 워싱턴 지역도 날씨가 좀 더워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싱그럽고 좋은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해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이 좋은 절기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5월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한국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국제아동절이 있는데, 날짜는 6월1일이네요. 이름이 다르고 행사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자식을 끔찍히 아끼는 부모 마음은 남북이 다를 수 없겠죠. 그리고 북한에서는 11월16일을 어머니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 6월 셋째 일요일을 아버지날, 이렇게 따로따로 정해서 기념하고, 한국은 어머니, 아버지 구분없이 5월8일에 함께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머니날만 있으니, 아버지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해야 하나요? 북한에서는 어버이란 말을 최고 지도자를 지칭할 때 쓰고 있어서 일반 주민들을 위한 날에는 쓸 수 없겠죠.

북한도 9월5일 교육절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스승의 날과는 성격이 달라 보입니다. 한국의 스승의 날은 선생님들의 수고와 은혜에 감사를 표시하는 날이지만 북한의 교육절은 사회주의 교육테제의 철저한 이행을 다짐하는 게 목적입니다.

올해 가정의 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색다른 풍경이 많았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가족이 모여 좋은 곳에서 식사하거나, 놀이공원에 가고 여행도 갔겠죠. 스승의 날에는 제자들이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꽃가게, 식당, 여행업체, 이런 곳들이 대목을 만나서 바쁘게 일할 때입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대면행사는 어려웠습니다. 대신 손전화로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어린이날 선물로 디지털 기기를 선물하겠다는 부모가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집안에만 있는 아이들에게 지능형 손전화와 컴퓨터, 게임기를 사줄 수밖에 없게 된 거죠. 당연히 디지털 기기가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로 등장했습니다. 통신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착안해서 어린이들만 사용할 수 있는 값싼 손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음성통화와 통보문, 사진 같은 기본 앱만 작동하게 하고 다른 앱들은 부모가 차단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들의 손전화 사용환경을 부모가 원격 관리할 수 있는 기능까지 넣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는 안 하고 손전화에만 빠져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읽은 거죠.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디지털 기기가 코로나 시대에 제일 각광받는 선물이 됐습니다. 통신사들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데요, 노년층이 좋아하는 유행음악과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갖춘 지능형 손전화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손전화 화면 크기와 해상도를 높이고 대용량 배터리와 고속 충전 기능까지 갖춰서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디지털 기기가 고맙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화상으로나마 학생들과 계속 만나면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기는 하지만,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떨어지고,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워 답답하다는 거죠.

코로나 사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기의 역할과 의미를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북한도 예외일 수 없을텐데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제품과 봉사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