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코로나 블루와 손전화’입니다.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심되는 발열자가 지금까지 4백만 명이 넘었습니다. 지난 4월 말부터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발생한 건데요, 이 가운데 3백90만 명이 완쾌됐다고 북한 당국은 밝혔습니다. 북한 주민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거의 다 나았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당국에 따르면 지난 주에도 유열자 수가 하루 10만 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은 전염병 전파 상황이 안정되는 형세라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 내놓는 통계가 완전한 신뢰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의약품과 의료시설이 부족한 북한에서 치명률이 극히 낮다는 발표도 말그대로 받아들이는 외부 전문가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공식 발표에 발맞춰서 봉쇄조치를 풀고 있는 모양입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평양시내에서 방역조치들이 지난달부터 거의 해제됐습니다. 가게들도 다시 열고 대중교통도 정상적으로 다시 운행되고 있다는데요, 방역의 경계를 섣불리 늦춰서는 안된다는 북한 관영매체들의 선전과는 앞뒤가 안 맞습니다. 곧 있을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북한 당국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주민들은 불안하면서도 혹시나 진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거 아닐까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격리 조치를 받고 있는 유열자들은 답답하겠죠. 남들은 봉쇄 완화 조치로 바깥에 돌아다니는데 자기는 집에만 있으면 당연할 겁니다. 북한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격리 중에 스트레스가 생기고 화가 나거나 당황할 때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라고 하더군요. 손전화나 다른 통신수단을 이용하라는데, 여러분들은 주로 뭘 쓰고 계십니까? 아무래도 손전화가 제일 편하겠죠?
저도 2년전 미국 워싱턴 지역에서 엄격한 방역조치가 내려졌을 때 손전화로 여러 사람들과 연락했습니다. 그 때는 바깥에 나가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다들 조심하느라 집에 있으면서 하루종일 텔레비젼 방송만 봤는데요, 전화로 친구나 친지들과 얘기하다 보면 서로 위로가 많이 됐습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오래 계속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블루는 영어로 우울증이라는 뜻인데요,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시행되면서 사람들끼리 만나고 얘기할 기회가 줄어드니까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여섯 달만에 우울증 환자가 60만 명이나 발생했습니다. 그 전해에 모두 70만 명 정도였는데 코로나 사태로 우울증 환자가 무섭게 늘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블루에 걸리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사람이 그리워서 걸리기도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를 갑자기 잃거나 이들이 중태에 빠졌을 때, 장사가 망하거나 소득이 너무 줄어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질 때도 코로나 블루에 걸립니다.
손전화 대화가 이런 코로나 블루의 원인을 없애 주지는 않겠지만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손전화 요금이 겁나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손전화로 대화를 나눠보라고 권하기만 할 게 아니라 마음 놓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옳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