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물가와 손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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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장마당 물가와 손전화'입니다.

요즘 북한 장마당 물가가 지역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거래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합니다. 농촌지역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곡식을 구하기가 쉽겠죠. 그래서 양강도 혜산 장마당에서 파는 쌀과 강냉이가 평안북도 신의주보다 더 쌉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한 달 전만해도 키로당600~700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연유가격은 혜산이 신의주보다 더 비쌉니다. 혜산은 휘발유 가격이 키로당 1만2천원이 넘는데 신의주는 6천원 정도만 주면 살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넘어오는 휘발유가 신의주에 더 많겠죠. 공식 거래든 밀수든 북한과 중국 사이의 제일 중요한 무역통로가 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정유공장인 봉화화학공장이 가까이 있는 것도 신의주의 연유가격이 낮은 이유가 될 겁니다.

같은 도 안에서도 농촌과 도시의 쌀 가격은 차이가 꽤 나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 아니냐,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북한에 손전화가 많이 보급되고 서비차가 많이 돌아다니면서 장마당 물가의 지역간 편차가 많이 줄어들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뭔가 거꾸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에는 장사꾼들이 지역간 가격차이를 이용해서 이익을 남겼습니다. 이곳저곳 장마당 시세를 확인해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다닌 거죠.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대에 중국 손전화로 밀무역을 하던 장사꾼들 사이에서는 "손전화만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장 수급상황과 가격정보가 장사의 성패를 좌우했던 거죠.

그러다 2010년대에 손전화가 일반 주민들에게 많이 보급되면서 북중 국경지역 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시장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해서 발빠르게 대응하는 게 장사의 성공을 판가름했습니다. 여기에 서비차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장거리 거래 전문 '달리기 장사꾼'은 점점 밀려나고 '집에 앉아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도소매상인과 트럭이나 버스 운전사의 손전화 번호만 있으면 굳이 물건을 잔뜩 짊어지고 먼 거리를 돌아다닐 필요가 없게 된 거죠. 이렇게 물류의 속도와 범위가 크게 향상되면서, 상품 가격의 지역간 편차도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중국산 공산품은 신의주나 평양이나 별차이가 없게 됐습니다. 시장가격의 변동폭도 크게 줄어서 전체적으로 시장가격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지역간 가격편차만 바라보는 장사꾼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대신 박리다매, 그러니까 물건 하나하나의 이윤은 적지만 대량거래로 큰 이윤을 챙기는 장사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이런 추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북한 당국이 방역을 이유로 주민들의 이동을 강력하게 통제하다 보니 다른 지역의 물건이 제때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시장정보는 여전히 손전화로 입수할 수 있지만, 연유값이 오르고 서비차의 이동도 통제를 받다 보니 장사꾼들이 시장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게 된 겁니다.

요즘에는 주민들이 모내기 전투에 동원되고 있어서 이동통제가 더 심해졌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보위부에 줄을 댈 수 있는 서비차는 여전히 돌아다니겠죠. 그만큼 위험부담과 비용이 커지니까 서비차 요금도 많이 올랐을 겁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일반 주민들이 짊어져야겠죠. 북한의 시장화와 손전화 보급이 만들어낸 혜택이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빛을 잃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