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송금과 손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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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탈북자들의 송금과 손전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에도 조선무역은행, 단천상업은행 같은 외환 거래를 담당하는 은행들이 있지만 일반 주민들이 개인용도로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은행들은 유엔의 대북 제재망에 걸려서 외국과 정상적으로 거래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중국 사람들과의 오랜 거래 경험 덕분에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외화를 주고받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북중 국경지대에 중국 손전화가 흘러 들어온 다음에는 송금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특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중국을 통해 북한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고 있는데, 이걸 한라산 줄기라고 부른다고 하죠. 지난해 한국의 한 민간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탈북자 10 명 가운데 6명이 북한 가족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고, 자주는 못 해도 한 번 송금할 때 평균 2천5백 달러 정도 보낸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보내는 돈은 1년에 1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돈을 받는 북한 가족들이 생활에 여유가 생기는 건 당연하겠죠. 특히 북중 국경지대에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생활자금이자 장사밑천으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전보다 송금이 쉽지 않아졌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북한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남북한 관계가 크게 악화됐는데,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북한 가족들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사실 그 이전부터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내부정보 유출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송금 중개인들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습니다. 중개인을 끼고 손전화 통신으로 송금이 이뤄지고 있는데, 북한당국이 불법 손전화 단속을 강화하면서 조심하고 있는 거죠. 물론 돈을 보내야 하는 탈북자들 입장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수입이 많이 줄었겠죠. 그만큼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여유도 많이 줄었을 겁니다.

한국에 사는 탈북자들이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려면 중간에 두 세 명의 중개인들을 거쳐야 합니다. 우선 중개인의 은행계좌로 입금을 해야 하는데요, 한국 중개인을 거쳐서 중국 중개인에게 들어가기도 하고, 중국 중개인에게 직접 들어가기도 합니다. 중국 중개인은 북한을 오가는 또다른 중개인에게 돈을 줘서 탈북자의 북한 가족에게 전달합니다. 물론 중간에 중개인들을 거칠 때마다 수수료가 떼입니다. 보통 탈북자가 보낸 돈의 30%는 수수료로 떼이고 나머지 70%만 북한 가족이 받는다고 하죠. 북한 내륙으로 갈수록 수수료는 더 커집니다.

돈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는 은행계좌를 통하기 때문에 현금이 움직일 필요가 없고 속도도 굉장히 빠릅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돈이 넘어갈 때는 중개인이 직접 가져갈 수도 있지만, 중국과 북한의 대방을 끼면 은행 못지 않게 손쉽게 송금이 이뤄집니다. 북한 안에서 이관집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사실 북한과 중국의 대방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이런 이관업무가 존재했습니다.

중국 중개인이 중국 대방에게 송금을 부탁하면, 중국 대방은 북한 대방에게 중국 손전화로 연락해서 북한 중개인에게 돈을 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북한 중개인이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거죠. 중국 대방과 북한 대방은 이런 이관업무를 수없이 하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정산하면 됩니다. 탈북자는 손전화로 북한 가족에게 연락해서 돈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가족은 본인이 직접 하든 중개인을 통하든 중국 손전화를 써야겠죠.

이렇게 손전화를 통한 이관은 국경봉쇄와 상관없이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북중 간 이관이나 북한 내부의 이관이나 철저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손전화로 탈북자와 북한 가족이 송금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개인들이 사기를 치기 어렵습니다. 불법 손전화가 신용을 중시하는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역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