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코로나 진원 조사결과와 외부정보 유입’입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사태를 최단 기간 내에 역전시켰다고 자평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빨리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킨 나라가 없다는 건데요, 북한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하루 약 40만 명까지 치솟았던 북한의 하루 발열자 수가 6월말에 들어와서 1만 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4백70만 명 넘게 발열환자가 생겼지만 거의 모두 완쾌했다는 게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입니다. 하지만 신규 사망자와 누적 사망자 통계는 보름 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의약품이 부족하고 의료 체계가 미비한 북한에서 치명률이 너무 낮다는 외부의 지적을 의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대신에 발열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북한의 공식 통계에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코로나 사태에 대해 정확한 통계자료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코로나 사태가 이미 진정 국면을 지나 소멸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나 봅니다. 지난 주에는 코로나 사태의 진원을 조사한 결과까지 발표하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북한은 악성 비루스의 유입 경로가 과학적으로 해명됐다면서 남북한 접경지역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발견된 ‘색다른 물건’을 지목했습니다. 남한에서 넘어온 전단과 물품에 접촉한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사람들이 다른 북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겁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주민들에게 색다른 물건과 절대로 접촉하지 말고 발견 즉시 당국에 신고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북한이 강력한 방역조치에 나서기 전에 이미 바이러스가 북한에 들어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체계가 턱없이 부족한 북한에서 이걸 밝혀내기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람이 아닌 ‘색다른 물건’이 매개체가 돼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건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2년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을 때 이곳 미국에서도 물품이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얘기 때문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집에 배달된 물건은 적어도 하루동안 밖에 두었다 들여왔고, 주부들은 가게에서 사온 식료품과 생활용품들을 하나하나 닦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물품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없다는 전문가들의 조사결과가 나온 뒤로는 더이상 이런 수고를 자청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한 논리를 대면서 남한에서 넘어온 전단과 물품을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초 유입 경로로 지목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스스로 책임을 질 필요없는 편리한 이유를 찾은 건데요,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는 바람에 북한으로 들어가던 외부정보의 통로도 많이 막혔습니다. 대북 라디오 방송은 여전히 전파를 타고 북한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인편으로 들여보내던 USB나 메모리칩은 방법이 마땅히 없어 보입니다. 방법이 있더라도 과거에 비해 엄청난 위험이 따르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겠죠. 하지만 엄격한 방역조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북한 주민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더 보고 싶을 겁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정말 힘들겠죠. 북한 당국이 청년들을 겨냥해 외부정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