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위조지폐'입니다.
북한의 평양과 주요 도시들에서 최근에 위조지폐가 적발돼서 북한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에 장마당 장사꾼들이 북한돈 위조지폐를 발견해서 당국에 신고했는데요, 컴퓨터 인쇄기로 복사한 거라고 하니까 정교한 위조지폐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밤늦은 시간에 시장이나 길거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음식 장사 하는 사람들에게 주면 무심코 위조지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도 공장과 기업소의 수입금을 받다가 위조지폐가 대량 발견됐다고 하니까 상당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한때 중국 단둥에서도 북한돈 위조지폐가 돌았지만, 관광 기념품으로 팔린 거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관광객들이 호기심으로 샀던 거죠. 하지만 이마저도 2018년 북한측의 항의로 중국 공안의 단속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북한 내부에서, 그것도 대도시들에서 위조화폐가 발견됐으니 북한 당국이 긴장할만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장마당 물가가 크게 뛰고 시장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위조지폐까지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더 불안해 하겠죠.
어느 나라나 위조지폐는 중범죄로 다스리고 있습니다.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고 막대한 규모의 금전적 피해를 입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체제에 저항하는 반사회주의적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위조기술이 갈수록 고도화해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는 금방 알아보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는 사실 조악한 수준이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비밀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은 미국 달러화 위조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북한에서 만든100달러짜리 초정밀 위조지폐가 적발돼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위조기술이 발달할수록 위조지폐를 판별하는 기술도 발달하겠죠. 한국에서는 위조지폐를 판별하는 지능형 손전화 앱이 개발됐는데요, 수사관들이 지폐의 자외선 형광 반응, 미세 문양, 색상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할 수 있고, 더 정밀한 감정이 필요할 경우 손전화로 사진을 찍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면 몇 시간 안에 위조여부 검사결과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실시간으로 전국의 경찰이 공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기술이 한국 원화 지폐에만 적용됐는데, 작년부터 달러나 위안화 같은 외화들도 위폐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주민등록증과 여권 같은 신분증 위조여부도 지능형 손전화로 간단히 판별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도 한때 위조지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100위안짜리 위조지폐가 많이 돌아다녔는데요, 상인들이 100위안 지폐를 받으면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위조지폐가 아닌지 자세히 살펴보곤 했죠. 은행에서는 위조지폐 감별기에 넣어서 확인했습니다. 심지어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현금을 찾을 때도 혹시 위조지폐가 아닌지 의심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손전화가 널리 보급된 뒤로는 모바일 머니, 그러니까 전자지갑에 넣고 다니는 돈이 대세를 이뤘습니다. 굳이 현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 위조지폐를 받았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 거죠. 북한도 현금카드와 전자결제가 점점 보급되고 있지만 손전화 보급률이 25%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위조지폐 문제에 대처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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