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청년들의 음악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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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 청년들의 음악듣기’입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하승희 교수가 아주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김정은 시대 북한 새 세대의 음악듣기: 음악 청취방식과 음악문화의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인데요, 평양과 양강도, 함경남도 출신의 탈북자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잘 정리했습니다. 20~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 북한 청년들이 어떤 식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음악을 선전선동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음향기기의 개발과 생산도 여러 사람이 모여서 노래를 듣고 부를 수 있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화면 노래반주기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판형 컴퓨터와 지능형 손전화 같은 개인용 디지털 기기들이 많이 보급되면서 음악도 혼자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판형 컴퓨터나 지능형 손전화기에 USB나 SD 카드를 꽂고 음악을 재생하고, 귀수화기를 꽂으면 혼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승희 교수가 면접조사한 탈북자들은 손전화가 나온 다음부터는 MP3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대답했습니다. SD카드를 손전화에 꽂아서 음악을 들으면 열람기록이 남지 않고 숨기기에도 편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구형 손전화를 회수해서 SD카드 꽂는 구멍을 강제로 막아버렸지만, 지능형 손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능형 손전화도 기술적으로 막아버렸는데요, SD카드를 꽂으면 초기화 돼버려서 음악이든 영화든 파일이 다 지워져서 재생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실력이 좋은 사람들은 이걸 빠져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음악을 들었다니, 당국의 정책이 있으면 인민들은 대책이 있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귀수화기도 요즘에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무선 귀수화기까지 북한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아리랑에서 만든 귀수화기는‘운동할 때 편리한 귀수화기’라는 문구가 포장 상자에 적혀 있더군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할 때도 블루투스 귀수화기가 편리하고 안전합니다. 북한에서도 손전화 사용문화가 상당히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이 이런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나이에는 친구들에게, 특히 이성 친구들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겠죠. 허세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요, 국가나 집단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개인을 더 중시하는 장마당 세대의 특성도 한몫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귀수화기를 끼고 거리를 활보하다가는 보안원에게 검열을 당하기 쉽기 때문에 주로 밤시간에 남들이 없는 곳에서 혼자 귀수화기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습니다. 단속에 걸릴 염려도 없고 조용히 음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겠죠. 밤에 공부하는 척하면서 부모님 몰래 귀수화기로 음악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불 속에서 음악을 듣다가 잠들었다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도 중고등학교 학생시절에 많이 그랬던 생각이 납니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청춘들에게는 밤에 귀수화기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가슴을 적실 겁니다.

집단주의를 앞세우는 북한에서 이런 문화가 청년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국이 아무리 비사회주의 현상을 단속하더라도 막기 힘들 겁니다. 나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혼자 즐기는 음악. 북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