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이동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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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코로나와 이동의 자유'입니다.

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빠져든지 벌써 1년 반이 다 돼갑니다. 처음에는 들불처럼 번지는 감염증에 깜짝 놀라서 집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죠. 부모자식 간에도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서로 만나기가 두려웠을 정도였습니다. 방역당국이 사람들의 외출을 아예 금지하거나 식료품과 연료 구입같은 필수적인 이동만 허락한 나라들도 많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이동의 자유가 이렇게 심하게 제약받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었습니다. 방역을 위해서 어쩔 수 없더라도 이동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의 이동 자체를 막기 보다는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줄이는 조치들로 방역의 초점이 옮겨갔습니다. 몇 명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거나, 식당에서 받을 수 있는 손님 수를 제한하고, 회사와 학교는 대면에서 원격체제로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은 훌륭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다면 방역조치들은 지금보다 몇 배이상 엄격했을 것이고, 사람들은 저마다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고립의 고통을 겪어야 했을 겁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방역과 의료체계가 취약하기 때문에 이동의 자유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있습니다. 국경을 봉쇄하고, 타지역으로 꼭 가야할 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행증명서에 더해 건강증명서까지 받게 하고 있습니다. 장사꾼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이 증명서들을 받아내려고 하겠죠. 부모님이 위독하거나 돌아가신 경우에는 증명서를 서둘러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건강확인증을 발급해주는 코로나방역 지휘부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늑장을 부리고 있나 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먼저 어디에, 왜, 그리고 얼마동안 가려는지 자세히 적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승인이 나면 고열이나 기침, 호흡 곤란 같은 증세가 없는지 건강상태를 검사받습니다. 그런데 사유도 충분하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어도 건강확인증을 잘 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중국돈 100위안 넘게 뇌물을 고이면 건강확인증을 받을 수 있다니, 주민들로서는 속이 터질 일입니다. 하지만 건강확인증 없이 타지역으로 갔다가 걸리면 노동단련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사정이 급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뇌물을 고여서라도 확인증을 받겠죠. 장사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겁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사태가 심할 때는 다른 주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검사 음성결과를 요구하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환자 수가 급증하는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더 엄격하게 관리했습니다. 하지만 왜 타지역으로 가야하는지 방역당국에 설명할 필요도 없고, 검사결과만 음성으로 나오면 이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손전화로 받은 코로나 검사 결과를 방역관리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됐습니다.

보통 코로나 검사를 타지역에 들어가기 전 72시간, 그러니까 3일 안에 받게 했습니다. 검사비용은 무료입니다. 인터넷으로 가까운 코로나 검사소를 찾아서 미리 검사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가서 검사를 받으면 보통 하루 만에 손전화 통보문과 이메일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걸 공항같은 곳에서 방역담당 관리에게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비용도 안 들고 뇌물을 고일 이유도 없는 거죠. 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방역을 철저하게 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맞겠죠. 물론 주민들이 저마다 자기 손전화를 갖고 있고, 방역과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기사 작성 김연호 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